국제일반
백신 기다리다 지친 중국인들, 검증 안 된 치료약 남용
뉴스종합| 2020-02-06 10:21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한 여행객의 발열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날로 확산되고 있지만 확실한 백신과 치료법이 나오지 않으면서 중국인들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에 손을 대고 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퍼져나가는 치료법과 치료약은 오남용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성분을 알 수 없는 가짜약일 수 있어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중국인들에게 신종 코로나 치료약으로 가장 각광받는 약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 등이다. 칼레트라는 앞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효과를 본 약이다. 여기에 중국과 태국 연구진이 최근 이 약을 써 신종 코로나 증세를 호전시켰다고 밝히자 중국인들은 너도나도 이들 약을 찾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의사 처방을 받은 환자에게만 칼레트라를 처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SNS에는 칼레트라를 찾는다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거래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구매자도 있다. 중국에서 무면허로 처방약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지만 기증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 암암리에 약을 거래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칼레트라를 무료로 받을 수 있거나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처방전을 가진 HIV환자에게 접근해 약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들 약을 오남용하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약업계 관계자를 인용, 경미한 환자는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인터페론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미국 식약청은 인터페론 부작용으로 뇌졸중 유발과 기분 장애 등을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해 무분별하게 특정 약 쟁탈전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우한에 1000여개 병상을 갖춘 훠선산 병원을 연데 이어 6일 1600여 병상 규모의 레이선산 병원을 추가로 개원했지만 중증환자가 아니면 제대로 된 치료와 검사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칼레트라를 제조하는 미국의 애브비는 지난달 중국 보건 당국 요청으로 약 200만 달러 규모의 칼레트라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한 병원에서 칼레트라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우한 시민은 병원에서 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칼레트라는 ‘엄격한 통제 아래’에 있어 처방받지 못했다고 WSJ에 말했다.

급기야 일부 주민들은 불법 제조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식 허가를 받은 약은 너무 비싸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섣부른 언론 보도가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관영 신화통신이 전문가를 인용, 감기 치료에 쓰이는 중국 전통 약제가 신종 코로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보도를 낸 직후 해당 약제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WSJ는 지적했다. 마늘이 신종 코로나 예방·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한편 전날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 두 가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하지만 WHO는 “신종 코로나에 효과적인 치료법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고 했다.

kw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