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화성 8차 사건 재심 개시…20년 복역 윤씨 “명예 되찾고 싶다”(종합)
뉴스종합| 2020-02-06 10:52
6일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재심 공판 준비기일이 경기 수원 수원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던 재심 청구인인 윤모 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소현 수습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주소현·홍승희 수습기자] “30년 전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습니다. 사람에게는 돈보다 명예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죄를 받기 위해 살아가고 있고, 명예를 되찾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청구인 윤모(52) 씨)

화성연쇄살인사건(이하 이춘재 사건)의 3막이 열렸다. ‘억울한 옥살이’ 논란을 빚어온 8차 사건의 재심이 시작되는 한편, 다른 사건 담당 경찰의 사건은폐 여부 재수사 요구에도 불이 붙고 있다. 이춘재의 자백(2019년 10월 4일) 이후 126일 만에 본격적인 후속 사법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6일 오전 수원법원종합청사 501호 법정에서 이춘재 8차 사건의 재심 공판 준비기일을 열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 씨의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재심 청구인 윤 씨는 이날 법정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명예회복’ 의지를 몇 번이나 강조했다. 다만, 흥분한 기색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심정은 똑같다. 담담하려고 한다. 흥분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게 윤 씨는 이날 출석에 앞서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도 이 같은 심정을 밝혔다. 청춘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를 앞두고 애써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이었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은 모두 이를 기각했다. 이후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후 경찰은 이춘재를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윤 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무죄 입증은 물론, 당시 수사와 재판 과정상 의문점 파악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공동변호인단 관계자는 “허술한 증거와 무리한 수사에도 왜 당시 유죄 판결이 나왔는지 밝히고 되돌아보고자 한다”며 “(국내의)인권 수준은 물론 사법제도도 나아지고 발전했음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 씨 측은 진범으로 지목된 이춘재 외에도 당시 검경 수사관 등을 증인 신청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정식 공판은 새로 구성되는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12부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가 오는 12일 퇴임하는 데다 배석 판사들도 이달 말 인사 이동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윤 씨 측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증거와 절차 진행 방향을 확정하고 다음 재판부에 인계한다는 것은 이번 재판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건 피해자 유가족들의 후속 대응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피해자 유가족이 당시 담당 경찰을 고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이 피해자 유류품과 줄넘기에 묶인 양손 뼈를 발견했는데 이를 은폐하고, 수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단순 가출 처리했다”는 게 해당 사건 피해자 유가족 법률대리인의 주장이다.

한편, 윤 씨의 공동변호인단은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와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 수사기관 관련자 등을 증인으로 요청하고, 국가기록원이 보관 중인 범인의 음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당시 수사와 국과수 감정 과정 전반을 철저히 검증, 윤 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끌어내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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