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다음 타깃은 소프트뱅크
뉴스종합| 2020-02-07 09:03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25억 달러를 들여 소프트뱅크 지분을 사들였다. 이들은 소프트뱅크의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할 당시 모습.[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 지분 약 3%를 사들였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엘리엇은 약 25억 달러(약 3조원)를 들여 소프트뱅크 지분을 매입했다. 이는 엘리엇의 단일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지분율은 약 3.28% 수준이다.

이미 엘리엇 인사들은 손 회장을 만났으며 라지브 미스라 비전펀드 최고경영자(CEO)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방송 역시 엘리엇의 소프트뱅크 지분 취득을 확인했다면서, 엘리엇이 소프트뱅크에 100억 달러에서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요구는 대부분 소프트뱅크 및 비전펀드의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맞춰졌다. WSJ은 엘리엇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전펀드의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경영관리 개선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엘리엇 측은 “소프트뱅크 경영진과 협력을 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의 (과도한) 할인율을 지속적으로 내재가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약 890억 달러다. 보유 스타트업 지분가치(약 2100억 달러)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이 문제에 정통한 인사는 WSJ에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의 내부 전략을 바꾸면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 대변인은 “우리는 회사에 대한 주주들의 견해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유지해왔다”며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비전펀드는 중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 여러 기술기업에 투자하며 스타트업계 큰 손으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실패로 소프트뱅크와 비전펀드의 기업가치는 각각 47억 달러, 35억 달러 급감했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38년 역사상 최대 분기 손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 지분이 22%에 달하는데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전체 주주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엘리엇에 끌려다닐 가능성은 낮다.

엘리엇은 앞서 2018년 4월 10억 달러를 들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 초고배당 등을 요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달 철수했다.

kw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