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주가 고공행진에도 주식 안파는 CEO들, 왜?
뉴스종합| 2020-02-10 11:27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주가 고공행진에도 보유주식을 처분해 현금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 기업 CEO의 보유주식 증감을 조사한 결과, 주식 비중이 감소한 CEO는 80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S&P500 지수가 30% 가량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CEO들이 주식을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건 이들 상당수가 주가가 계속 탄탄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기술(IT)기업의 두 거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보유주식이 줄었다. 베이조스는 지난해 이혼 과정에서 전 부인에게 350억 달러 규모의 아마존 주식을 넘긴 것을 포함해 우주 사업인 블루오리진에 자금을 지원할 목적으로 아마존 주식 30억 달러 어치를 처분했다. 저커버그는 자선사업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18억 달러 어치의 페이스북 주식을 처분했다.

문제는 주식을 내다 판 80명의 CEO 가운데 67명이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동안 처분했다는 점이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스스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보유현금을 들여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다. 회사는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정작 CEO는 주식을 내다 판다는 것은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주고, CEO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롭 잭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상임위원은 기업 내부자들이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더 많은 주식을 내다판다면서 “심각한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CEO들의 부도덕한 지분 매각을 감독해야 하는 이사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PNC금융그룹의 윌리엄 뎀차크 CEO는 지난해 총 2400만 달러 가량의 보유지분을 처분했다. 이 가운데 2000만 달러는 11월 초 단 하루에 쏟아져 나왔다. PNC그룹은 지난해 약 35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10억 달러는 10~12월 사이에 집중됐다. CEO가 집중적으로 지분을 처분할 때와 겹친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밸류에지 어드바이저의 넬 미나우 부위원장은 WSJ에 “자사주 매입은 주식과 회사 미래에 대해 자신있다는 메시지”이라며 “CEO들이 주식을 내다팔면 그 메시지는 완전히 망가진다”고 비판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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