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모든 단계 알리겠다”…싱가포르 리센룽 총리의 9분짜리 대국민 담화 극찬
뉴스종합| 2020-02-11 10:00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녹화영상으로 신종 코로나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 [싱가포르 총리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아시아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저지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 리센룽(李顯龍) 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위기 때 소통의 ‘전범(典範)’으로 조명받고 있다. 핵심은 ‘정보의 투명한 공개’로, 특별할 게 없다. 그러나 홍콩 등 다른 국가 지도자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싱가포르가 부각하는 형국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지난 8일 9분 분량으로 전파를 탄 리센룽 총리의 메시지를 거론, 공포와 루머, 음모이론을 줄일 수 있는 모범사례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했다.

리 총리는 담화에서 “공포는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영상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재기하려 몰려든 시민들이 나왔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는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며,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등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거론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치명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벼운 증상을 앓게 된다는 의미였다고 블룸버그는 첨언했다. 리 총리는 이와 함께 “바이러스가 더 확산하면 접근 방법을 달리할 것이고, 정부는 그 모든 단계를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담화는 소셜미디어에 3개 국어로 게시됐고,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7일만 해도 슈퍼마켓 앞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섰는데, 담화 이후엔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1세기 역병, 사스 이야기’의 저자인 토마스 에이브러햄 세계보건기구(WHO) 위기소통자문위원은 “싱가포르 사람들이 정부에 높은 수준의 신뢰를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리센룽 총리는 어떤 팩트도 숨기지 않고,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걸 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홍콩·태국의 상황과 딴 판이다. 홍콩에선 시민들이 화장지와 손 소독제, 쌀 등을 사기 위해 일주일 이상 혼란을 겪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발신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람 장관은 앞서 공무원들은 얼굴에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언론에 나타나는가 하면, 중국 본토를 오가는 국경 봉쇄를 놓고도 일관된 정책을 내지 않아 불신을 자초했다. 태국 아누틴 찬위라쿤 보건장관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외국인은 추방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는 점도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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