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엘살바도르 대통령, ‘무장 군경’ 동원 의회 점거
뉴스종합| 2020-02-11 10:46
9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과 동행한 무장 군경들로 둘러싸인 산살바도르 의회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치안 예산 문제로 의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무장한 군인과 경찰과 동행, 국회를 점거했다.

10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사바도르 대통령과 무장 군경들이 전날 수도 산살바도르의 국회를 점거했다. 야당의원들에게 치안 예산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부켈레 대통령은 군인과 경찰이 통제불능의 폭력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더 나은 장비를 갖출 수 잇도록 1억 900만 달러의 차입 계획을 승인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실제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나라중 하나로, 엘살바도르 경찰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월까지만해도 하루 평균 살인 건 수는 9.2명에 달했다.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 취임 이후 올해 1월에는 이 수치가 3.8명으로 감소했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부켈레 대통령이 주도하는 ‘영토 통제 계획(Territorial Control Plan)’의 직접적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부켈레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차입 승인 역시 영토 통제 계획 3단계 재원 마련의 일환이다.

하지만 그의 취약한 국회 기반은 정책 드라이브의 발목을 잡고 있다. 38세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인 부켈레 대통령은 기성 정치를 비판하며 높은 지지율을 얻고는 있지만, 그가 속한 우파 국민통합대연맹은 국회 84석 가운데 11석 만을 차지하고 있다.

차입 계획 역시 국회의 벽에 가로막혔다. 일부 의원들은 차입 규모, 그리고 사용 일부에 대한 정당성을 이유로 대통령의 계획에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부켈레 대통령은 의장석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한 후 의원들에게 차입 계획 승인을 위해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한편 군경을 동원한 대통령의 국회 점거를 둘러싼 반발도 거세다.

보수 성향 국민연합당(PCN) 소속 마리오 폰세 국회의장은 이날 사건을 ‘쿠데타’라고 비판했고, 좌파 정당 파라분보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오스카르 오르티스는 “엘살바도르 민주화 이후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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