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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글로벌 메가조선소 탄생 딴지…기업결합심사도 ‘암초'
뉴스종합| 2020-02-12 11:13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지난해 반도체 3대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조선까지 통상전선을 확대했다. 일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문제삼으며 WTO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 천예선·정세희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12일 홈페이지에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를 공개한 것은 일본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식화함으로써 국내 톱2 조선업체의 ‘글로벌 메가조선소’ 탄생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작년 7월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반도체 3대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반대하는 본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만큼 향후 일본의 기업결합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제소를 통해 “한국 정부가 직접적인 금융 제공을 포함해 자국의 조선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련의 조치를 했다”며 “이는 WTO의 보조금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WTO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의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로 공식 제소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본격 제소가 시작되면 60일 내 양자 협의를 하고 실패할 경우 1년 이내로 패널 심리를 진행한다. 상소심의까지 하려면 보통은 1~2년 이상이 소요된다.

조선업계에서는 WTO 제소가 시작되면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4~5년이 걸릴 수 있어 일본의 이번 딴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악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한국이 작년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한 ‘한일 수산물 분쟁’에서 최종 승소를 거두기까지 4년이 걸렸다. 특히 일본은 2018년 기준 WTO 분담금 4위 국가여서 외교적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이번 WTO 제소는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기업결합 심사와는 무관한 일이어서 기업결합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제소가 기업결합을 바라보는 일본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어서 기업결합심사에도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상태이고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10월 기업결합 승인을 내줬다.

다만 일본의 이번 제소가 WTO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기업결합으로 피해를 받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주력 선종이 LNG(액화천연가스)선과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반면 일본은 아직 벌크선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 “일본의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건 독과점, 불공정거래 관련한 것이고 산업은행과는 별개의 내용”이라며 “채권단이 한 구조조정은 국제규범에 맞고 절차에 따라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면서 일본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소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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