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수십년간 기밀 정보 유출…베일 벗은 ‘크립토AG’의 비밀
뉴스종합| 2020-02-12 11:36

전세계 120여개국을 상대로 암호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의 배후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서독의 정보기관이 있었다는 영화같은 내용이 폭로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독일 방송사 ZDF와 함께 기밀로 분류된 CIA 작전자료를 입수해 스위스 암호장비업체 ‘크립토AG’를 둘러싼 비밀을 외부로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크립토AG라는 업체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과 첫 계약을 맺은 후 전 세계에 암호 장비를 판매해왔다.

이 회사의 소유와 관련해 1990년대 초에 들어 발각 위험이 커지자 서독 정보기관인 BND는 손을 뗐으나, CIA는 독일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였다.

이 회사는 120개국 이상 고객을 두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큰 고객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가 확인된 62개국 중에는 미국과 대립 관계인 이란, 상호 앙숙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도 있었으며,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 국가는 이 장비를 통해 자국의 첩보요원, 외교관, 군과 연락을 유지했으며 CIA와 BND는 이 장비를 통해 유통되는 기밀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크립토AG가 서방과 연결돼 있다고 의심했던 구소련과 중국은 크립토AG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작전과 관련해 CIA 자료는 “세기의 첩보 쿠테타”로 표현하고 있으며, “외국 정부들은 미국과 서독에 비밀 정보를 제공하는 특권을 주면서도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폭로와 관련해 CIA와 BND는 언급을 거부했으며, 스위스 당국은 크립토AG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스위스 국방부의 캐롤리나 보렌 대변인은 AP통신을 통해 크립토에 대한 사안을 지난해 11월5일 내각에 통보했으며, 오는 6월까지 보고하도록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건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의 맥락에서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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