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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둔 정치권 “추경 편성”…정부는 ‘신중’
뉴스종합| 2020-02-13 11:2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업계 지원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잇따라 나오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새해 예산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연초에 추경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재정악화와 4월 총선용이라는 비난 우려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최운열 의원이 이달초 추경 필요성을 처음 주장한 데 이어, 12일에는 민주당의 영남권 3인방으로 꼽히는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이 공동성명을 통해 추경 편성과 민생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 요구했다. 김부겸 의원 등은 성명에서 “현장에서 활동해보면 중앙정부와 관료사회가 느끼는 것보다 민생의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추경 편성을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 지도부는 시기상조라며 당초 당정협의에서 논의했던대로 올해 확보해놓은 총 3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 등 기존 예산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초 기자간담회에서 “연간 예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물어보는 자체가 굉장히 적절치 않다”며 이미 확보된 예산과 방역 예산, 예비비를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한 공포로 수출은 물론 관광·숙박 등 관광업, 음식·유통 등 서비스업과 자영업,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 기존 예산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수출대책을 발효하는 것을 비롯해 2~3월 중 업종별 지원대책, 내수 촉진 대책, 소상공인 경영안정 대책 등을 발표할 예정으로 재정·세제·금융·정책 등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일차적으로 피해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및 납세기한 연장, 부품 수입 통관절차 간소화 등의 조치를 발표했고, 주요 내수 품목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금융 확대 및 지원요건 완화,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추경으로 실탄을 보강하면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추경을 편성하는 데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재정이 부담이다. 지난해 세수 펑크로 세계잉여금이 2조원에 불과해 추가로 동원할 재정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올해 512조원 규모의 슈퍼예산 편성으로 이미 70조원대 적자가 예고돼 있어 적자를 더 늘리며 추경을 편성하기엔 무리다.

동시에 4월 총선을 앞두고 추경이 공론화할 경우 또다시 ‘선심성 퍼주기’ 추경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부담이며,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를 또다시 혈세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도 총선을 앞두고 큰 부담이다.

때문에 당분간 추경 편성보다 예비비 등 가능한 재원을 동원하고, 통화·금융 부문과의 정책공조를 통한 대책을 찾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비공개 거시금융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재정부문의 한계를 통화·금융 부문에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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