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썩은 사과는 도려내야”… 4월 ‘좀비 자산운용사’ 대규모 퇴출
뉴스종합| 2020-02-17 11:42

이르면 올 봄 금융당국이 부실 자산운용사에 대한 대규모 ‘솎아내기’ 작업에 돌입한다. 운용사 유지 규정을 지키지 못한 부실 좀비 자산운용사들로 판명될 경우 2달 안에 즉시 퇴출시키는 고강도 제재다. 부실 자산운용사들의 ‘무더기 퇴출’ 시점은 오는 4월부터께로 전망된다. 당국 관계자는 ‘썩은 사과를 들어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당국, 좀비 운용사들 ‘줄퇴출’= 17일 금융위원화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4월부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부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즉시퇴출(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기준은 자본금 7억원, 운용역 3명 등 두가지다. 하나라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퇴출 대상이다.

전문자산운용사의 경우 진입 기준이 대폭 완화 되면서 2015년 19개사에서 2019년에는 217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운용사 수의 폭발적 증가는 자산운용사의 부실로 이어졌고 이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게되는 구조적 문제가 됐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4월부터 도입되는 운용사 패스트트랙 퇴출 제도로 자산운용사들이 줄줄이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자산운용사들 절반이 적자를 기록했다”며 “운용사들의 위기가 아니라 썩은 사과를 사과 상자에서 들어내서 상자 전체가 썩는 것을 막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퇴출은 금감원에 등록 돼 있는 자산운용사 등록 취소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2~3년씩 걸렸던 자산운용사의 퇴출이 앞으로는 두달 이내에 완료된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기존의 경우 운용사 등록 취소를 위해선 검사역이 운용사에 나가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제재심의 위원회를 열어 운용사측 설명을 들은 다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전체회의 까지를 모두 마쳐야 등록이 취소됐다. 퇴출에 필요한 절차가 복잡해 수년씩 걸렸던 것이 단순화 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자산운용사의 등록 취소 기준은 ‘좀비 자산운용사’ 들의 줄퇴출 시점을 오는 4월로 특정할 수 있는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최근 6개월 내 수탁고가 0원이거나 자기자본 기준(7억원)을 통과치 못할 경우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기준에 ‘패스트트랙’ 제도까지 가세하면서 사실상 부실 자산운용사들의 무더기 퇴출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국의 생각이다.

다만 당국은 한번 등록 취소가 되면 ‘영구 퇴출’ 시키는 기존의 퇴출 방식 대신 5년후 자산운용사를 재설립 할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구퇴출에 운용사들의 반발이 거셀 수 있어 출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규정은 3월 중 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될 계획이다.

▶운용 펀드는 타운용사 이관… 손배 역량 강화 초점= 퇴출되는 운용사들이 기존에 운용하던 펀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관심이다. 타 운용사들이 넘겨 받아 계속 운용하는 ‘펀드 이관’이 유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로 인한 퇴출은 운용사에 국한 된 것이다. 펀드를 타사로 이관하더라도 운용은 계획대로 계속된다”며 “펀드에 충분한 금액이 남아있고 부실펀드가 아니라면 타운용사들이 펀드 이관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규모가 미미하고, 기초자산이나 운용전략 상 부실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관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산운용사들의 퇴출은 앞으로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합생결합펀드(DLF) 사태와 헤지펀드 1위 라임펀드 사태 등이 영향을 주면서 펀드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은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전체 자산운용사 275개사 가운데 48.4%인 133사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모전문자산운용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 200개사 중 56.5%인 113개사가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할 적립금 규정도 정해져 배상이 필요한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운용사들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당국은 유럽연합(EU)의 사례처럼 수탁고의 0.02%~0.03%를 적립금으로 쌓도록 운용사에 강제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 운용사들이 펀드를 운용하는 것 자체가 펀드 시장의 큰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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