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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PGA 21년차 최경주...그가 돌아본 투어 생활
엔터테인먼트| 2020-02-18 11:14

대한민국 남자 골프의 맏형, 최경주(사진)는 2000년에 PGA투어에 진출했다. 올해로 21년째. 만 50세가 되는 올 5월부터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 자격이 주어진다. 최경주는 그간 PGA투어에서 이룬 성적으로 챔피언스투어는 평생 시드를 확보했다.

21년은 참 긴 시간이다. 최경주는 무엇보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많이 고생했던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국 사람들이 아예 한국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그가 한국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헷갈려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잘 나간다고 해서 PGA투어까지 왔는데 알아봐주는사람이 없어서 참 서글펐다. 그래서 악을 품고 더 연습을 했다고 했다. 본인의 표현으로 무식하게 손에 장갑이 엉겨붙을 때까지 연습을 했다. 무척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자부한다. 영어도 안되지, 체격도 작지, 무엇보다 외국선수들이랑 실력 차이가 많이 났고, 그걸 이겨내는 길은 연습 밖에 없었다. 외국 선수들의 공을 다루는 능력, 비거리도 훨씬 뛰어났으니, 그들과 똑같이 해서는 안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외국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연습을 3배 더해야 한다는 그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해서 한번도 시드를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PGA투어의 날고 기는 선수도 일년에 수십명씩 시드를 잃는데, 최경주는 단 한번도 시드를 잃지 않았다. 그의 클래스를 보여준다.

긴 투어생활 동안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못 보냈다는 것이다. 시합 다니고, 훈련량이 많다 보니까 집에 신경을 전혀 못 썼다고, 아빠나 남편으로서의 점수는 10점도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많이 놓쳤다. 시합 가기 전에 분명히 기어다녔는데, 시합 몇주 다녀오니 막 뛰어 다녀서 놀랐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영상 통화 이런게 없었으니까 비디오 테이프로 찍어 놓고 나중에 와서 확인하는 것 뿐이었다. 그 점에서 가족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 뿐이란다. 예전처럼 대회를 많이 안 뛰는 요즘은 가능한 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 하지만 잔소리만 늘 뿐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다 20대 초반에 투어를 시작했다. 최경주가 미국 PGA투어에 진출한게 서른살. 그래서, 후배들 보기만 해도 그냥 너무 이쁘고, 고맙고, 그런 마음이란다. 선배로서 그가 바라는건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경쟁 구도만 바라보는 선수들은 승부욕만 늘어서 서로 정보를 주지 않고, 자기만 뭔가 알고 있으려고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발전을 저해한다. 최경주는 선수들은 서로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서로 알려주고, 오랫동안 같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PGA투어까지 기왕 온거, 같이 오래 있으면서 서로 발전해나가도록 돕는게 가장 좋지 않겠는가.

미국에서 보는 최경주는 한국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큰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가 홀로 미국에 와 이룬 것도 놀랍지만, 선수들도, 스태프들도 그를 좋아하고 존중한다. 항상 친절하고, 겸손하고 잘 웃어주기 때문이다.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투어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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