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박정규의 작살] 갤럭시폰 ‘통화중 자동녹음’ 독배
뉴스종합| 2020-02-20 15:08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는 변화무쌍한 세상에 휴대폰은 무서운 흉기로 이따금 둔갑한다. 자동녹음 기능은 한국 삼성 갤럭시폰의 양날의 검이다. 미국 아이폰은 이러한 기능이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이러한 기술을 못만들어서 아이폰에 기능이 없는게 아니다. 사실 좀 더 세밀하게 보면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녹음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한 형태로 출시중이다. 통화 상대방 갈등 상황에서 녹취 증거를 남겨 자신을 보호하고 권리를 주장하기위한 용도에서 단순히 통화 내용을 기록·저장해 나중에 참고하기위한 용도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자동통화 녹음앱은 최소 200개 이상이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의 T전화가 대표적이다. 아이폰은 이 기능을 원천막았다. 미국 11개 주에서 휴대폰 자동녹음 기능을 불법으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사생활 보호(음성권)때문이다.

한국은 어떨까. 자동녹음은 기본이다. 상대방과 충돌하는 순간 그동안 통화했던 자동녹음 파일은 저절로 흉기로 돌변한다. 각종 형·민사상 사건에 제출하는 녹취록은 녹음기도 있지만 대부분 통화중 자동응답녹음 파일이 많다. 휴대폰 자동녹음된것을 녹취해 텍스트나 파일로 제출한다. 불법녹취는 말 그대로 인정하지않지만 초동수사에서 빗장을 풀어내는 기법에 자주 동원된다.

최근 법원은 대화당사자간 상대방의 동의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음성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누군가가 나의 대화를 녹음한다는 사실은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수십만개의 어플리케이션에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아이폰에 통화중 녹음기능이 없다는 점은 이와 무관하지않을 것이다.

영원할 것같은 연인이나 친구, 동료가 돌아서는 순간 자동녹음 협박(?)은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인간세상에서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간관계도 있다. 통화중 자동녹음은 편리와 불편이 공존한다. 때론 소통과 공감을 막고 불신의 세상으로 이끈다.

통화를 하면서 ‘너 갤럭시냐’고 다짜고짜 묻는 풍경도 주변에서 자주 본다. 녹음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사실 통화내용을 상대방이 자동녹음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좋은 사람은 없다. 물론 순기능도 있다. 사회적 약자에게 통화 중 자동녹음은 수호천사일 수 있다. 욕설이나 협박에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총론을 보면 대화내용 녹음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좀처럼 볼 수 없다. 미국의 사례처럼 음성권은 보호받아야한다. 개인정보사생활 보호가 보편화된 세상에 음성권은 왜 중요하지않은지 이해불가다.

아이폰끼리는 대화를 편하게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아이폰을 사용하고 측근들도 아이폰이 많다. 보안이 쉽게 뚫이지않는다는 장점에 자동녹음 기능은 서로 불편하고 불소통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간의 벽을 허물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말로만 외칠것만 아니라 진짜 소통세상을 만들려면 갤럭시폰 자동녹음 기능 원천차단에 대한 문제 의식을 제기할때다. 국회서 이 문제를 다뤄보면 어떨까 싶다. 공정과 불공정을 넘어 소통과 공감을 외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갤럭시폰에 자동응답기능을 켜놓고 통화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자동녹음 기능을 켜놨냐”고 말이다. 하지만 “안한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에는 자동녹음파일이 빼곡히 자동으로 담겨있다. 자동녹음 기능은 ‘녹투’로 간혹 동물의 왕국 법칙에 사용된다. 은폐·잠행 기능인 자동녹음이 보편화된 한국은 이젠 자동녹음공화국이다. 그래도 사람사는 세상인데 통화만큼은 편하게 할 수 있어야 맞지않을까. 소크라테스가 마신 독배처럼 영겁회귀(永劫回歸)되는 세상만큼은 피해야한다고 본다.

fob140@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