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있어도 못팔고 없어서 못파는 유통가…‘코로나 쇼크’ 현실로
뉴스종합| 2020-02-24 13: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내 생필품 매대는 텅텅 비어 전시(戰時)를 방불케 한다. 마스크를 넘어 정육 등에서도 사재기 조짐이 포착되면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한 대구 등을 중심으로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선 라면과 정육, 즉석밥, 쌀, 계란, 생수 등이 대부분 소진돼 판매대가 텅 비었다.

지난 23일은 울산 대다수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는 의무휴점일이어서 전날 주요 대형마트엔 생필품을 확보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몰렸다.

이날 부산 해운대의 한 대형마트에선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 행렬이 수백 m 늘어선 모습이 포착됐다. 마트 내부에선 직원들이 부지런히 라면 박스를 뜯어 매대를 채우는 데도 손님들이 집어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가운데 몇달 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정육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최근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5년간 2월 평균 가격 대비 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도매시장에서 사재기 조짐이 포착되면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정육 도매업을 하는 허모(40세·남)씨는 “축산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이미 다른 업체에선 고기를 선점하는 분위기도 보이고 지금(23일)까지 받아놓은 물량을 소화하면 고깃값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고양시 백석동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 주위에선 고기를 거래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어 또 확진자가 나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고깃값 상승으로 얼마 더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정육업계 관계자도 “코로나 사태가 더 장기화되고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 유통상들을 중심으로 미리 물량을 확보해놓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품귀 현상을 빚는 마스크도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KF94 등급 보건용 제품이 장당 500원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장당 3000~4000원 수준으로 뛰었다. 오죽하면 ‘마스크 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지금은 공급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지만, 초기 가격 상승을 이끈 건 사재기 판매자들이었다. 정육 등 생필품도 사재기 물량이 늘다보면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앞서 2014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당시, 돼지고기 수요는 크게 늘었는데 업체들이 유통기한 긴 수입산 돼지고기를 사재기하면서 삼겹살 가격이 45% 넘게 폭등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식 등이 줄면서 소비부진 영향으로 아직은 돼지고기 등 정육 가격이 전년 대비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여러 변수가 많아 물동량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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