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코리아 포비아’ 확산되는데, 외교부 역할 미덥지 못하다
뉴스종합| 2020-02-25 11:27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연일 늘고 있다. 이른바 ‘코리아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5일부터는 홍콩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홍콩 당국은 이날부터 한국에서 출발하거나 최근 14일 이내에 한국을 방문한 사실이 있는 외국인은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이번 조치로 한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바레인 등 7곳이 됐다.

입국 금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인에 대한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도 속속 추가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대구와 경북에서 온 입국자들을 14일간 격리키로 했다. 무비자 체류 기간이 15일이니 사실상 입국 제한조치나 마찬가지다. 여태 한국과 한국인이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다는 얘기다.

코리아 포비아 확산으로 한국인의 처지도 말이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아프리카 모리셔스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34명은 영문도 모른채 별도 시설에 격리되는 수모를 당했다. 일행 중 일부가 발열증상이 있었다는 게 그 이유지만 한국 정부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었다. 외교부가 엄중 항의했다고 하나 현지 한국인들의 사실상 억류 상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을 빨리 돌려보내려고 전세기 비용부담까지 감수하겠다고 하니 한국의 위상은 치명상을 입었다.

한국을 코로나19 위험국으로 분류하고 입국을 막는 것은 외교부로서도 제지가 어려울 것이다. 방역은 해당 국가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한국인 대책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건 외교부의 몫이다. 한데 우리 외교부는 우왕좌왕할 뿐 관련부처와 적절한 대응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내쫓긴 한국인의 귀국편 비행기를 해당 정부가 마련해주었다는 건 외교부로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외교부 수장 강경화 장관의 행보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이 제3국에서 속속 입국을 거부당하기 시작한 시점에 강 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군축회담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물론 중요한 회의지만 더 급한 건 해외에 나가있는 한국인이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부랴부랴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면담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지만 그게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리아 포비아’ 현상은 전에 없던 일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외교 업무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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