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술 취한 여성 성관계 촬영…대법원 “거부의사 없다고 동의는 아냐”
뉴스종합| 2020-03-01 09:01
대법원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술에 취한 여성과 성관계하면서 사진을 찍은 6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촬영에 대해 거부 의사가 명확하지 않았다고 해서 섣불리 동의했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이모(67)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을 결여한 상태에 있었음이 분명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가 이 씨의 행위에 대해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해 동의를 한 것으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2017년 4월 새벽 친분이 있던 여성과 자신의 집에서 성관계를 하던 중 상대방 동의 없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관계 자체에 대한 동의 유무와 관계 없이 이러한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두 사람의 관계 등에 비춰 피해자가 사진 촬영에 동의할 이유가 없고, 동의가 있었다면 그 동의는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적어도 묵시적 동의는 있었을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가 촬영 이후에도 상대방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문제의 사진을 전송한 행위 역시 동의가 없었다면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 재판부는 “사진을 전송받은 피해자가 항의하자 이 씨는 사과하거나 은폐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동의를 했다는 취지의 답문을 보냈다. 이러한 태도는 사진 촬영 당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다는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