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상읽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그래도 봄은 온다
뉴스종합| 2020-03-06 11:21

2020년 3월, 봄이 오는 대한민국의 풍경은 비현실적이다. 길거리에 인적은 드문데 마스크 한 장 구하기 위해 역병 와중에 촘촘히 모여 줄을 서는 모험을 하지만 결국은 빈손이다. 마스크 2장을 사기 위해 신분증에 등본까지 챙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배웠다. 식당에서도 지그재그로 앉아야 할 정도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해야 하면서 사회와 격리돼야 하는 한국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해외여행에서 한국의 여권파워를 체감했다는 글이 곳곳에 여전한데 이제 한국 여권은 ‘코로나19’의 상징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절망 속에서 솟아올랐던 ‘이게 나라냐’란 말이 다시 저잣거리에 번지고 있다. 헛기침 한번 하는 것도 죄를 짓는 기분이다. 엄중한 국면인 만큼 나도 그렇지만, 남도 그러하길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도 그러하다. 칼로 남의 환부를 후벼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잘 아는 공모 작가가 며칠 전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전국 분포도와 지난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결과 현황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투표 잘합시다”라고 코멘트를 했다. 무슨 뜻인지는 다 잘 알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그가 쓴 소설이다. “대구 시민은 자기 도시가 왜 아베의 일본과 비슷한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역사학자 전모 씨는 정말 ‘진보적’인 인물일까? 이런 광경을 보면 봄이 온다 해도 봄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봄은커녕 한겨울 같은 역병의 계절이 영영 이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올라온다.

그러나 봄은 온다. 광주광역시가 지난 1일 광주에서 코로나19 대구 확진자를 격리 치료하겠다면서 ‘광주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긴 담화문을 찬찬히 읽다 한 곳에 잠시 멈췄다. 5·18단체까지 포함된 특별담화에 “1980년 5월, 고립됐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뜻을 함께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란 대목이다. 미국 ABC방송 기자는 대구 방문 칼럼에서 “이곳은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다. 대구는 코로나19를 겪는 많은 이에게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안철수’ 브랜드가치는 4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여론조사도 그렇고, 국민의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것도 안철수 대표의 현실적인 처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대구에서 자원봉사로 진료를 마친 후 옷이 땀에 흠뻑 젖은 ‘의사 안철수’는 달랐다. ‘정말 멋있다’란 댓글이 달린 것도 오랜만일 것이다. 안 대표뿐 아니라 현장 의료진의 분투와 노고는 눈물겹다.

코로나19는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혹은 봄비에 역병이 씻겨 사라질 것이란 감성적인 기대도 해본다. 이성을 앞세워 보면 몇 주 고비를 넘기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고 조금 더 길게 보면 백신이나 치료제가 결국 개발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일부 과학자의 말대로 코로나19와 동거가 일상화된다 해도 ‘계절독감’ 정도로 불안과 공포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봄을 막으려는 차갑고 날 선 말들이 여전하지만 찾아보면 이 와중에 따듯한 봄기운이 더 많다.

마스크 쓰고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 손길이 더 소중할 수 있다.

잘 견뎌내자. 봄은 결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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