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받은 도움, 보답할 차례”
기초생활수급비를 아껴 모은 100만원과 기부 뜻을 밝힌 손 글씨. [관악구 제공]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그동안 내가 받은 도움에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입니다.”
서울 관악구(구청장 박준희)에서 한 노인이 그동안 기초생활수급비를 아껴 모아 온 100만원을 기부한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9일 관악구에 따르면 지난 5일 관내 삼성동 주민센터에 마스크와 장갑으로 겹겹이 무장을 한 노인이 직원에게 너덜너덜해진 봉투를 전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주민센터 직원이 황급히 쫓아가 무슨 돈인지 묻자, 그는 알려질 만한 일은 아니라며 익명으로 기부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간단한 사연만을 전했다.
이 노인은 삼성동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난달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다가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로 통보를 받았다. 2주 간 격리생활을 하던 노인은 관악구청과 주민센터로부터 격리기간 동안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생필품을 받고, 매일 건강과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전화에 감사함을 느꼈다. 한때는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 만큼 곤궁했던 그는 2011년 관악구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노인은 “그동안 내가 받은 도움에 이제는 내가 보답할 차례”라며, “전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라는 뜻과 함께 그동안 수급비를 아껴 모아온 소중한 100만원을 기부했다.
구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부금 전액을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대구, 경북지역을 위한 성금으로 신속히 전달할 예정이다.
박준희 구청장은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했을 금액인데 수년간 아껴 저축해온 소중한 돈을 선뜻 성금으로 기부해주시니, 그 마음은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존경스럽다”라며,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하나 되어 성원해주시는 구민 한 분 한 분의 뜻깊은 마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부터 구민의 건강과 안전을 반드시 지켜내고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