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대책 없는’ 기름값…석유파동 터지나
뉴스종합| 2020-03-09 11:14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AP]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을 놓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는 원유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추락을 하고 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원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는 감산 이유가 없다며 반대했다. 이에 따라 협상은 결렬됐으며 산유국들은 오는 4월부터 원하는만큼 자유롭게 원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당일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1% 떨어졌으며, 5월물 브렌트유도 9.50% 떨어졌다. 연초 이후 낙폭은 30%를 웃돈다.

여기에 8일 사우디가 4월 원유 수출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사우디의 이번 조치는 원유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러시아에 감산 대열 합류를 압박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가격 인하는 OPEC의 대규모 감산을 거부한 러시아에 대한 극적인 보복 조치”라고 설명했다. 매트 스미스 클리퍼데이터 원자재리서치 담당자는 CNN비즈니스에 “사우디가 수도꼭지를 열고 시장점유율을 다투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전 세계 경제는 새로운 석유파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설립자는 “미국의 많은 산업에 석유는 중요하다”면서 “유가가 코로나19보다 시장에 더 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국영석유업체 아람코 주가가 이날 상장 이후 처음으로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는 등 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 투자전략업체 드래고맨벤처스의 알리 케더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해 유가가 2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사우디와 러시아가 언제쯤 타협안에 다다를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경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저유가 지속은 단순히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는 수준을 넘어 정치적 불안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러시아는 저유가를 기회로 삼고 있다. CNN비즈니스는 러시아가 감산을 거부한 것은 가장 큰 경쟁자인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자들의 성장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는 투자자메모에서 “러시아는 감산을 반복하고 셰일 업자들을 남겨 두는 것에 진저리가 났기 때문에 진정한 목표가 미국의 셰일 업체라는 암시를 분명히 해왔다”면서 “그 공격은 오랜 기간 유가가 낮게 유지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유가로 셰일 산업을 고사시킨다는 전략은 이미 2014~2016년 석유파동 당시 오히려 셰일 경쟁력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이번엔 얼마나 효과를 볼지 미지수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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