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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제로이코노미’의 늪
뉴스종합| 2020-03-11 11:25

경제 활력 저하로 항속이 떨어져갔던 한국경제호(號)가 전세계 불어닥친 코로나19라는 매머드급 태풍까지 만나 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격히 빠져들어 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미치는 충격의 정도와 기간을 가늠하기 어렵단 면에서 역대 전염병들 중 불확실성을 가장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경제는 각종 지표들이 0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생동감을 잃은 ‘제로이코노미’ 시대의 개막이 예고되고 있다.

▶성장률 0%대 위기=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갔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다. 올 연초엔 세계 교역 조건이 완화되고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성장률 전망은 그야말로 엉망이 됐다.

이달 들어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1%대로 수정했고, 0%대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9일 올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최악의 경우 0.8%로 예상했다. 2000년 이후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 하락폭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 가장 큰 상태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긴급 재정 지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성장률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경제심리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길게 보면 ‘0’으로 향하는 출산율에 따른 인구 급감도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부담요인이다.

▶디플레(?)…물가·금리 0%대=한국은행은 지난달 올 상승률을 1.0%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과 유가 급락이 겹치면서 2년 연속 0%대 기록이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는 물가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0.4%를 나타냈으며, 올해도 저성장 국면에서 1%를 하회할 경우 디플레이션(침체 속 물가하락) 진입 우려가 증폭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주 미 연준(Fed)의 정책금리 기습 인하에 이어 주요국들이 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한은이 현재 1.25% 수준인 기준금리를 3~4월 중 한 차례(0.25%포인트) 인하하고 연중 한 번 더 추가로 내리면 기준금리는 0%대에 진입한다. 시중금리는 이미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장중 1% 아래로 떨어지면서 0%시대를 예고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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