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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로 진화해도 안통해”…냉담한 시장 ‘태블릿의 비극’
뉴스종합| 2020-03-11 11:31

“태블릿은 진화해도 소용없다?”

한때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던 태블릿 PC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이 접목된 태블릿 PC까지 나왔지만,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업계에선 “뭘해도 안 팔린다”는 푸념이 나온다. 점점 더 얇아지고 가벼워진 노트북과 폴더블폰(접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태블릿 시장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진화로 태블릿만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시장성이 없는 탓에 업체들은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태블릿의 주 고객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사무용 기업간거래(B2B) 사용자로 축소됐다.

▶태블릿 시장은 ‘퇴보 중’= 태블릿 시장은 애플 아이패드만의 시장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나마 아이패드 신제품이 출시되면 시장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지만, 그 외에는 존재감이 없다.

삼성전자는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매년 꾸준히 다양한 태블릿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만 ‘갤럭시탭 S6(LTE)’, ‘갤럭시탭 S5e’ 등 총 5대의 신규 태블릿을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을 확대하기엔 역부족이다.

LG전자는 지난해 ‘G패드 5’ 출시가 마지막이다. 올해는 태블릿 신제품 출시 계획도 없다.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글은 아예 태블릿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구글은 지난 2018년 ‘픽셀 슬레이트 태블릿’을 마지막으로 태블릿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태블릿 시장은 퇴보하고 있다. 한국 IDC에 따르면 2016년 239만3000대였던 국내 태블릿 출하량은 2018년 225만대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디태처블 태블릿(키보드 탈부착이 가능한 태블릿 PC)의 강세로 출하량이 252만4000대로 반짝 반등했지만 증가 추세를 지속하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태블릿 PC 요금제를 가입한 회선은 210만에 불과하다. 몇년째 정체다. 이 또한 대부분 아이패드 사용자거나, 업무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B2B 사용자다. 태블릿 연계 교육 방식을 활용하는 사교육 시장과 금융 및 제조·서비스 업계가 주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인보다는 B2B 시장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면서 “판매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시장이 아직 있는 만큼, 신제품은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5G 태블릿은 어때?…소비자 “관심없다!”= 태블릿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첫 5G 태블릿 PC ‘갤럭시탭 S6 5G’를 출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갤럭시탭 S6 출시와 함께 관련 신규 요금제를 내놓고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도 힘들다”며 “시장 규모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갤럭시탭 S6와 관련해 KT는 월 1만9800원의 ‘5G 데이터투게더’ 요금제를, LG유플러스는 월 2만2000원 ‘5G 태블릿 4GB+데이터 나눠쓰기’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갤럭시탭 S6 판매를 시작조차 못했다. 한달이 넘도록 요금제 인가를 받지 못했다. SK텔레콤은 통신3사 가운데 유일한 요금 인가대상사업자다. 정부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신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금제를 가입하지 않고, 와이파이만 활용해 태블릿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은 일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노트북과 폴더블폰에 낀 모호한 정체성= 태블릿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의 ‘낀’ 애매한 정체성 때문이다. 특히 태블릿을 닮아가는 노트북과 폴더블폰의 등장은 태블릿 시장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노트북은 점차 경량화, 슬림화되는 추세로 태블릿의 장점을 뛰어넘었다. 화면은 크고 휴대성은 뛰어난 폴더블폰(접히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태블릿만의 유용성도 사라졌다.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

앞으로 태블릿 시장은 더 위축될 전망이다. 매년 글로벌 태블릿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1억 4410만대로 전년대비 (1억 4600만대)1.5% 줄었다. 지난 2013년 이후 6년째 감소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 태블릿 출하량이 1억 3900만대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엔 1억 3200만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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