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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우의 현장에서] 투자 끊긴 韓모빌리티…스타트업의 ‘종말’
뉴스종합| 2020-03-11 11:35

“앞으로 한국 모빌리티시장에 투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 해외 투자자로부터 들었다는 말이다.

‘타다금지법’이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투자 줄을 끊어놨다. 쏘카는 지난해 7월 해외 대형 사모투자펀드(PEF)와 5억달러(당시 약 5807억원)를 투자받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타다금지법’으로 최종 무산됐다.

정치권의 개입과 택시업계와의 이해갈등에 국내 모빌리티시장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이에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투자 유치는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국내 모빌리티업계의 해외 투자 유치 성과는 쏘카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인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500억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 싱가포르의 그랩이 5조5000억원, 미국의 우버가 1조1600억원, 중국의 디디추싱이 2670억원의 해외 투자를 유치한 것에 비교하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갈수록 투자처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해외 기업이 진출하는 것도 더욱 지연되고 있다. 최근 만난 세계 3위 승차공유업체 디디추싱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최근 타다금지법 처리 등을 두고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한국 진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경제대국이 모빌리티를 4차산업혁명 주축으로 앞세워 성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은 정치권이 새로운 서비스를 억압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양한 국내외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해 국내 모빌리티 생태계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자본금을 가진 기업 중심으로 모빌리티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 스타트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다금지법’에 따르면 플랫폼 운송사업을 위해서는 기여금을 내고 정부가 매입한 택시 면허를 취득해 운영하거나, 택시회사를 직접 인수해 운영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택시 면허 1개당 약 8000만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대를 운영하려면 면허 구입비로만 80억원이 소요된다.

‘타다금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고, 택시 중심의 모빌리티가 정착되면 자본력을 가진 해외 업체가 한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정부와 국회는 모빌리티 혁신을 이뤄냈다며 자화자찬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개정안은 모빌리티 혁신 제도화 법”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스타트업계는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당일 “오늘은 스타트업이 절벽에 마주한 날”이라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은 산업이 성장하는 근간이자 토양이다. 혁신을 무기로 도전하는 스타트업 없이 어떤 산업도 발전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후대에 얼마나 큰 희생을 남겼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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