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경제적 낙인..마치 메뚜기떼처럼 휩쓸고 썰렁
가게·완치환자 ‘낙인’
염태영·은수미 등 지자체장 고민 깊어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지난해 말 아프리카 동부에서 발생한 메뚜기떼는 중동을 넘어 중국과 인접한 인도와 파키스탄을 휩쓸고있다. 이젠 중국으로 넘어갈 기세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10가지 재앙 중 8번째 재앙으로 메뚜기떼가 등장한다. 히브리어로만 메뚜기를 부르는 이름이 9개에 이를 정도다. 위협과 두려움이 상상조차 안간다.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3600억 마리의 사막메뚜기가 창궐해 소말리아 등 여러나라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덮쳤다. 마침내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는 메뚜기떼가 휩쓸고 지나간것처럼 황폐하다. 손님이 뚝 끓긴다. 항의가 빗발쳐 지자체장 고민은 깊어지고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지자체장은 동선을 공개한다. 방역이 우선이라는 질본방침이다. 공개되는 즉시 등장하는 가게나 쇼핑센터는 매출이 급감하거나 문을 닫는다. 방역차량이 오가고 누구나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역과 소독을 마쳐 이젠 문제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출입을 기피한다. 경제적 낙인이다.
이번에는 사회적 낙인을 보겠다. 코로나 19환자로 수원에서 9살된 여자아이가 퇴원했다. 모녀가 동시에 확진판정을 받았고 둘다 완치됐다. 기쁜소식이지만 염태영 수원시장의 고민은 남다르다. 혹시 이 아이에게 사회적 낙인이 찍혀 동네아이나 학교에서 ‘왕따’당할까 걱정이다. 염 시장 페이스북에는 이런 걱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동네가 공개되고 아파트명에다 버스노선, 지하철 역, 가게명 등이 상세하게 공개된다. 물론 코로나 19를 잡는것이 우선이고, 국민 알권리가 우선이다. 하지만 이런 권리와 방역 뒤편에는 신음하는 국민들도 많다.
대구 방역차량[연합] |
은수미 성남시장의 페북에 이런글이 올라왔다.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을 공개하면 더 자세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친다는 것이다. 동선별 건건이 문자를 보내달라는 등 다양한 질의와 의견도 폭주한다. 질본은 지난 6일 추가 환자를 빨리 찾고 피해를 줄이기위해 공익적측면을 강조했다. 공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또다른 문제점이 남아있다. 바로 낙인이다. 경제적 피해가 우려돼 “상호공개를 하지말아달라”. “사생활 침해다” “아파트 이름은 왜 썼냐”는 등의 항의도 실제로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은 시장의 고백이다. 은 시장은 “확진자가 스쳐 지났던 모든 사람이 접촉자가 아니다. 방역을 마친 장소는 말끔하게 소독돼 더 안전하다는 시그널을 주고있다”고 했다.
하지만 낙인은 좀처럼 사라지지않는다. 은 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은 25%는 실력이고 나머지는 팀윅이라는 말이있다. 지금이야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해야할때가 하지않을까. 간곡한 부탁을 해본다”고 했다. 확진자 2명이 발생한 8만 속초도 마찬가지다. 관광산업이 올스톱됐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버스승객이 감소해 운행 감축까지 결정했다.
메뚜기 떼는 동아프리카·중국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 19 확진자 동선에도 존재한다. 방역이 우선이지만 방역하면 깨끗하고, 전염되지않는다는 사회적 믿음 홍보도 더 중요하지않을까 싶다.
fob14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