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바로보기] 버블경제 붕괴 30년, 일본의 부동산 시장
뉴스종합| 2020-03-13 11:34

일본 2위 경제도시 오사카는 초고층 빌딩과 재래상가의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니시나리(西成)지역은 중국 자본이 몰려 50여개의 낡은 상점이 관광객들을 겨냥한 가라오케형 이자카야로 탈바꿈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3년 전보다 3배 오른 점포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인근 고베시에도 초고층 ‘옥션’(1억엔 맨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대도시 맨션(아파트)과 오피스용 빌딩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신축 맨션 평균가는 5980만엔으로 버블(거품) 경제 정점이던 1990년의 6123만엔에 접근했다. 수도권 신축맨션은 지난 7년간 평균 40% 올랐다. 도쿄 맨션의 평균가도 2013년 5800만엔에서 지난해 7600만엔까지 뛰었다.

도쿄, 오사카는 물론 오키나와, 홋카이도 등 관광지로도 부동산 오름세가 확산 중이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달만 해도 “부동산시장이 1980년대 후반의 ‘부동산 버블기’를 연상하게 한다”고 전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경제 회복과 저금리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로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저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 일반인들이 부동산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해외 투자자들도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임대주택이나 공유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부동산 상승세가 ‘코로나 바이러스’ 복병을 만났다. ‘2020도쿄올림픽-2025오사카엑스포(EXPO)’를 발판으로 경기 회복을 밀고 가려던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20여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반등세를 타던 부동산시장이 꺾일까.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지, 세계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버블경제기를 거쳐 1990년부터 시작된 주식과 부동산 거품 붕괴를 복기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20년은 버블 붕괴 30년이 되는 해이다.

1985년 경제 선진국 간의 플라자합의로 촉발된 ‘달러화 약세, 엔화 강세’가 일본 경제에 거품을 만들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에 나서 1년 만에 ‘엔고(엔화 강세) 불황’ 극복에 성공했다.

그 결과, 1987~89년에 주가는 연평균 30%, 수도권 부동산은 연평균 5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중앙은행)이 1989년 5월부터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정책으로 전환하자 1990년 새해 벽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도 1991년부터 내림세로 바뀌었다. 주가는 3월 현재 1989년 사상최고가(3만9000엔)의 50% 선이다. 부동산도 대도시 인기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방에서 아직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시장과 관련, 일본은행의 금리정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수년간 맨션, 빌딩 가격 상승은 기업실적 호조와 저금리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회복이 불투명해진 만큼 ‘기준금리’ 동향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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