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김병진의 세상보기]‘코로나에 빼앗긴 대구, 진정한 봄이 오기를’
뉴스종합| 2020-03-13 20:57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 이상화 시인의 고향인 대구가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다. 살구꽃 등 봄 꽃은 지천에 허벌나게 피었지만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의심병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여기에 길을 나서면 인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어쩌다 외길에서 타인과 마주할 때는 경계의 눈초리는 더욱 매섭기만 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탔는데 마스크를 해도 콜록거리는 사람이 옆에 앉으면 자신도 모르게 불편함과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불신인 지도 모르겠다.

지역에서는 지난달 18일 첫번째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한 달여를 이어지면서 우울감, 무기력증,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이른바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가격리, 재택근무 등에 따른 부작용인 것이다.

직장인들은 집에 머물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주변인들과 접촉이 사라졌다. 외지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지인들의 안부 전화는 마음을 더욱 심난하게 만든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괜스레 마음이 침울해 진다.

코로나19에 빼앗겨버린 2020년 봄, 계절은 벌써 저 만치 앞서가고 있지만 모두의 마음속은 아직도 꽁꽁 얼어있다. 길재의 시조 중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라는 표현처럼 시간은 지났지만 평소 도심 거리는 그대로인데(코로나 바이러스를 잡을 인재는 없이) 인적은 없어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하루 빨리 서로를 불신하고 경계하는 눈초리가 눈 녹듯 녹아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공터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티격태격하는 사람들 아우성이 들리는 생맥주집 등 공간들이 그립다. 코로나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다. 빼앗긴 들에도 진정한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헤럴드경제 / 대구·경북취재본부장]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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