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울법대·50대 남성판사’ 공식 여전…갈길 먼 대법원 다양화
뉴스종합| 2020-03-18 11:39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오랫동안 지속됐지만, 최근 20년간 ‘서울대 법대 출신 50대 남성 법원장급 인사’ 공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대법관 수가 점차 증가하고, 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지만, 비 판사 출신 인사가 극소수여서 법원의 ‘순혈주의’는 확고했다.

18일 헤럴드경제가 2000년 이후 20년간 임명된 대법관 45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판사 출신이 압도적인 비율인 37명(82.2%)을 차지했다. 검사 출신은 3명(6%), 변호사 2명(4.4%), 교수 2명(4.4%)으로 집계됐다. 대학 기준으로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 33명으로, 73.3%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38명(84.5%), 여성이 7명(15.5%)이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관은 판사·검사·변호사 및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나 공공기관 종사자 등 여러 직군에 개방돼 있지만, 여전히 판사 승진 코스 정도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학자 출신이 처음 대법원에 입성한 것은 지난 2008년 양창수(68·사법연수원 6기) 대법관이다. 민법학계 실력파로 인정받는 양 전 대법관은 5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서울대 법과대학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대법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20년간 강단에 섰다. 학자 출신 대법관은 2016년 임명된 김재형(55·18기) 대법관과 양 전 대법관 둘 뿐이다. 김 대법관 역시 3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변호사 출신도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는 조재연(64·12기) 대법관과 김선수(59·17기) 대법관, 둘 뿐이다. 박보영(59·16기) 전 대법관이 변호사 신분일 때 임명됐지만, 변호사 활동기간(8년)보다 판사 재직기간(17년)이 더 길다. 조 대법관은 덕수상고를 나와 한국은행을 다니다 성균관대 야간부 법학과를 거쳐 판사와 변호사를 지내 ‘서오남’ 도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여성 대법관 나온 것은 2004년으로, 법원조직법이 공표된 지 55년 만이었다. 청탁금지법을 탄생시킨 김영란(64·11기)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주인공이다. 2006년 전수안(68·8기) 대법관과 2012년 박보영 대법관이 각각 임명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박정화(55·20기)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을 차례로 임명해 여성 대법관의 숫자는 7명으로 늘어났다.

대법관 인선에는 지역안배도 고려됐다. 20년간 대구·경북 출신 대법관은 6명, 호남 역시 6명으로 서울 5명보다 많았다. 이른바 ‘TK’ 대법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꾸준히 배출되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강원 출신은 조재연 대법관, 제주는 양창수 전 대법관이 유일하다. 문재연·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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