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주미대사관 비자 발급 전면 중단…기업들 해외주재원들 불체자 전락 위기
뉴스종합| 2020-03-19 10:02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주한 미국대사관이 19일을 기해 이민·비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취소키로 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미국 주재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면 중단됐다. 인터뷰 일정 취소로 신임 주재원들의 출국길이 막히면서 불가피하게 현지 주재원의 임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기업들은 긴급 대응 방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현지 주재원들은 기존의 비자 기간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 과정이 여의치 않은 일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은 자칫 현지 주재원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영의 일환으로 해외 시장의 최전선에서 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하던 주재원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19일을 기해 이민·비이민 비자 발급을 위한 정규 인터뷰 일정을 취소하면서 신임 주재원들의 출국길이 봉쇄됐다. [연합]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매년 4월과 10월 해외 진행하던 해외 주재원 교체 작업을 보류하고 있다. 신임 주재원들을 내정해 놓은 상태에서 다음달 신임 주재원이 부임하려면 지금쯤 주택 등 주거지 마련과 각종 장기체류를 위한 각종 행정절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며 비자 발급 인터뷰까지 중단되면서 관련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주재원의 귀국과 출국 등 교체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관련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재원 교체가 여의치 않던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정규 인터뷰 일정 취소는 주재원 교체 작업을 전면 중단케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따라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최대 90일간 관광·상용 목적의 단기 출장 등은 가능하지만, 주재원처럼 장기 체류 목적의 비자 발급의 길은 막혀버린 것이다.

이에 주요 대기업들은 임기가 다하는 현지 주재원의 임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찾고, 현지 주재원들의 비자를 연장하는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통상 이민국에서 비자 연장 허가가 나오는 기간은 3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 작업 마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연말 인사를 통해 연초에 대거 주재원들은 내보낸 타 대기업들도 긴장감 속에 사태의 장기화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 대사관은 정규 비자 업무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그 시점이 정확히 언제가 될 것인지 공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이나 스타트업들의 현지 주재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비자 연장 비용 자체도 고가인 데다 연장 작업이 어려울 수 있어 최악의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으로까지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의 한 기업인은 “대기업이야 사정이 낫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은 갑작스런 주미대사관의 비자발급 중단으로 현지 주재원이 불법체류자 로 전락할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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