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팬데믹공포에 빠진 금융시장, 한미 통화스와프 서둘러야
뉴스종합| 2020-03-19 11:40

미국 다우지수가 18일(현지시간) 결국 2만 선이 붕괴되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4%가 폭락했다.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고 국민들에게 현금을 주겠다는데도 금융시장은 극단적인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금 외엔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것처럼 보이는 비현실적인 금융시장을 보고 있으면 ‘백약이 무효’란 말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원화 환율 급등이나, 외국인의 주식매도 규모를 생각하면 코로나19발 금융위기가 우리의 예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제2의 외환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허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지난 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91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8년 2012억 달러보다 두 배나 많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했다가는 큰 일이 닥칠 수 있다. 달러는 한번 빠져 나가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은 외환위기 때 이미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할 게 뻔하고 외국인의 주식매도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들어 현재 외환보유액보다 2배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달러 가뭄을 예견한 듯 이미 전 세계는 달러유동성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가장 시급하고 확실한 대책은 최대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서두르는 것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미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다.

마침 한국도 미국도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 하루 빨리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든든한 안정망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주열 한은총재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가 시장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신흥국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존 통화스와프 범위를 확대해 미국과 교역량이 많은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한국도 그중 하나다.

아울러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통화스와프를 제안할 경우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걱정도 있고 한일 양국 간 갈등국면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다. 필요하다고 했으니 외교력을 발휘해서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해야 할 때라는 것을 누구보다 당국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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