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텔레그램 박사' 학보사 기자 출신…신상공개 다음주 결정
뉴스종합| 2020-03-21 12:27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조모 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뉴스24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등에 대한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혐의를 받는 일명 '박사' 20대 남성 조모 씨의 신상 공개 여부가 다음주 중 결정된다.

조 씨에 대한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의해 신상이 공개되는 첫 사례가 된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지 검토 중”이라며 "서울지방경찰청 주최로 다음주 중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공개위는 총 7명(경찰 내부 위원 3명·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되며, 다수결로 안건을 의결한다. 경찰은 지난16일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0대 남성 조 씨를 체포, 19일 구속했다.

피의자가 악랄한 수법으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의 성을 착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의자의 실명, 얼굴,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 주세요)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84만6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한 조항이 있는 법은 ‘성폭력특별법(성폭법)’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두 가지다. ‘특정강력범죄법(특강법)’ 제8조 제2항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 등의 요건을 갖추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 재가한 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한 김성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의 안인득, 전 남편 살인 혐의의 고유정,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장대호 등의 신상이 공개됐다.

성폭법 제25조에 나온 피의자 신상 공개 요건도 특강법 제8조 제2항과 유사하다. 특강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경우는 여럿이지만, 성폭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사례는 아직 없다. 다음 주 신상공개위가 신상 공개를 결정한다면 성폭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진 첫 사례가 된다.

공범도 얼굴 못봐, 학보사 기자로 알려져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SNS와 채팅 어플 등에 ‘스폰 알바 모집’과 같은 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후,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다.

조 씨는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입장이 가능한 유료 대화방을 3단계에 걸쳐 운영하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성착취 영상물을 판매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74명으로, 경찰은 조 씨의 주거지에서 약 1억3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압수했다.

조 씨는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하면서 이들로부터 착취한 영상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팔아 넘겼다. 조 씨는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1단계는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의 가상화폐를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유료 대화방을 홍보하기 위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대화방 참여자 수가 많게는 1만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 씨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 입장료만 받고 입장을 시켜 주지 않거나 총기·마약 판매 등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등 다수의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박사방’에 적극 동조하며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 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 범행에 가담한 공범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씨가 일명 ‘직원’이라고 지칭한 이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모집한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신상을 확인한 후 이를 협박, 강요 등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고 공범들과 일체 접촉하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당시 실제 공범들 중 조 씨를 직접 보거나 신상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지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조씨는 검거 직전까지 지역의 한 대학 학보사 기자로 활동해왔고, 상당수의 정치 관련 글을 쓴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경찰은 박사방 유료 회원들도 추적,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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