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 설] ‘4월 위기설’나오는데…과할 정도의 신용경색대책 나와야
뉴스종합| 2020-03-23 11:28

다음달 회사채 만기 폭탄이 쏟아지면서 ‘4월 유동성 위기설’이 시중에 퍼지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위기설이 필요이상으로 시장을 자극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당장 다음달 회사채 만기규모는 6조5000억원으로 4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기업들이 그동안 저금리기조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다음달에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온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만 해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상환만기가 임박하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 만기규모도 1조7000억원에 달한다. 만기규모도 규모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빠진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극도로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금융시장 기류에서는 차환이 순조롭게 이뤄지긴 어렵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부터 위기에 내몰릴 게 확실하다. 회사채 만기규모나 상황이 4월 위기설을 말하기 충분하다.

이 같은 위기를 반영, 문재인 대통령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도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24일 열리는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10조원에 달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해 채권담보부증권(P-CBO) 6조7000억 등 27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4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 대책으로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시작부터 정부가 오산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은 버틸 수 있지만 기업들의 신용경색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여당에서도 산업은행과 한국은행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매입하는 양적질적완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여당 스스로도 채권시장안정펀드와 P-CBO로만 신용경색을 벗어나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을 참고할 만하다. 연준은 기업어음 대량매입에 나섰고 회사채 시장 개입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기업에 직접 유동성을 제공할 수 없지만 예외적이고 긴급한 상황에선 일정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우리로선 현행법 등 여러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비상상황에서 무엇이든 한다는 각오라면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이왕하기로 한 것이라면 하루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다 실기하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비상경제회의가 ‘경제중대본’이라고 한 만큼 정부는 과할 정도로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책으로 위기설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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