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인프라등 대체투자 보수적
2030년 전체 운용자산 15% 목표
캐나다·네덜란드 등은 적극적 행보
글로벌 연기금들은 최근 주식 및 채권 운용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부동산·인프라 등 대체투자를 늘려가는 추세다. 국민연금 역시 오는 2023년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전체 운용자산의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는 12%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20%를 웃돌고 있는 주요 연기금 평균치에 비해서는 여전히 대체투자에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연기금 전문 컨설팅 기관인 윌리스타워왓슨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국 P7(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스위스)의 연기금 대체투자 비중 평균은 2019년 기준 23%에 달했다. 국내외 주식(45%), 채권(29%) 비중과 비교해서도 크게 치우치지 않는 고른 자산배분이 나타나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서는 6%에 불과하던 대체투자 비중이 4배 가까이 늘면서 61%이던 주식 비중 감소분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헤럴드경제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기금(ABP), 캐나다 연금(CPPIB) 등 주요국의 개별 연기금을 분석한 결과도 같은 맥락이었다. 특히 캐나다 CPPIB의 경우 대체투자 비중이 최근 3년 모두 40%를 웃돌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네덜란드 ABP 또한 2019년 기준 운용자산의 28.3%를 부동산과 PE(사모투자) 등 대체투자에 투입하는 등 비중을 늘려오고 있다. 미국 캘퍼스는 18~19% 선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유지했다. 대체투자 가운데서는 부동산과 PE를 절반씩 배분하면서 고른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은 2019년 전체 운용자산의 11.5%를 대체투자에 할애했다. 최근 3년간 변화를 보면 2017년에는 10.8%, 2018년에는 12%를 기록하면서 10~12% 선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결정돼 왔다. 글로벌 P7국의 대체투자 비중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국내외 채권투자 비중은 50%대, 주식 비중도 30%대 후반에서 공고히 유지될 만큼 ‘패시브’ 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평가다.
국민연금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대체투자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7:3으로 유지해오던 GPFG는 최근 장기적으로 5%(2019년 2.7%)까지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매년 글로벌 비교에서 낮은 수익률로 고전 중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는 대체투자 비중이 0%에 수렴한다. 이처럼 글로벌 추세에 저항하는 듯한 자산 배분 전략은 일본의 인구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저출산·고령화가 오래 진행돼 온 일본으로서는 적립금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당해 수금한 재원을 당해 지급해야 할 정도로 장기투자가 어려워진 구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식·채권에 비해 대체투자 수익률이 월등히 높을 것이란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실제 수익률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대체투자 부문 수익률은 9.62%로 국내주식(12.58%), 해외주식(30.63%) 등 수익률보다 크게 낮았다. 네덜란드 ABP가 PE등 대체투자에서 14.6%, 부동산에서 18.4%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홍재근 대신증권 미래산업팀장은 “연기금의 공적 특성상 수익률 우선 투자보다는 주식이나 채권시장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때 상관계수를 낮추고 리스크를 잡아주는 차원에서 대체투자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은행(IB) 등의 공격적 대체투자와는 다른 개념으로 해석해야 하며 오히려 연기금들에게는 대체투자가 시장 변동을 상쇄할 ‘안전판’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