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코로나19 위기의 글로벌 생산기지]‘준전시 상황’ 이탈리아…현지 한국기업 폐업으로 내몰린다
뉴스종합| 2020-03-24 11:23
이탈리아 포스코 ITPC 내부 전경. [포스코 제공]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국가 기간 산업을 제외한 비필수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현지의 한국 기업들이 거의 폐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공장 폐쇄에 들어간 포스코와 효성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현지에 나가있는 다른 기업 역시 ‘준전시 상황’에서 사업장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24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따르면 이번 이탈리아 정부의 자국 및 외국 기업 생산 금지 명령으로 타격이 가장 큰 곳은 이탈리아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모든 기업들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기간 산업 업종을 제외한 비필수 업종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발표하면서 식음료, 보건, 위생, 물류, 에너지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 ITPC가 셧다운에 돌입하는 것도 이 지침에 따른 것이다.

포스코 ITPC는 연간 4만톤 규모의 스테인레스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ITPC는 지난 2013년 포스코의 유럽 판매채널이자 스테인레스 코일센터인 타드메탈(TAD Metal)이 2012년 재정난으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자 해당 공장을 인수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가전산업 강국으로연간 80만 톤의 스테인레스 냉연 제품 수요를 보유한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 ITPC는 유럽 포트폴리오 확장에 필수적인 공장으로, 연간 최대 4만톤에서 5만톤 가량의 스테인레스 제품을 가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이탈리아 행정명령으로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하게 됐다.

스판덱스 시장 세계 1위 효성티앤씨 이탈리아 사업장도 셧다운을 피할 수 없었다. 효성티앤씨 이탈리아 사업장은 완전공정으로 제조하는 공장은 아니지만, 원사를 받아 이탈리아 고객사에게 재공을 받아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돼 이번 행정조치의 대상에 포함됐다. 효성티앤씨는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에 “의류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필수사업으로 생산을 허가해달라”는 유권해석을 요청해 이를 받아냈지만, 현지 패션업체들인 고객사들이 대거 셧다운에 들어가 함께 운영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현지에 있는 다른 기업들 역시 사실상 대부분 기능들이 마비된 상태다. 현재 이탈리아에 공장이나 법인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28여곳에 달한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이미 영업 차질을 빚어왔던 한국 기업들은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비필수 업종의 생산을 중단하라는 고강도 조치가 발표된 이후 더욱 움츠러든 상태다. 이탈리아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 관계자는 “주재원들도 재택근무를 하는 곳 절반이 넘는 데 거의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 현지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한국 기업들 매출 타격은 손쓸 수 없을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2월 달에 이탈리아에 중국 고객들과의 미팅이 취소돼 2월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업계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 약 4조원, 1조 5000여억원 각각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최소 30% 이상 매출에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지에 있는 제조업 관계자는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싸우고 있다”면서 “각 기업들의 중장기적 영업 손실 규모는 차마 파악이 불가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지기업 관계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붕괴된 이탈리아를 준전시 상황에 비유했다. 이탈리아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주재원은 “거리에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고, 이탈리아 직원들은 모두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회사도 텅텅 비었다”면서 “출퇴근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경찰에 보여줘야 회사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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