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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표 붙여 ‘n번방’ 성착취물 유통…되팔아 수천만원 챙긴 30대 구속되기도
뉴스종합| 2020-03-25 10:51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경찰은 국민의 알 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범죄 예방 차원에서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과 ‘박사방’에서 만들어진 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중 상당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몰래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n번방’과 그 파생인 ‘박사방’에서 나온 영상들은 내용물에 따라 5만원에서 수십만원대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소장한 불법 음란물에 가격표까지 붙여놓고 구매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착취 동영상 유통 실태를 잘 아는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판매자는 성 착취 영상 썸네일과 함께 “영상 300개에 5만원, 1000개에 9만원이다. 낱개로 구매는 못 한다”고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다른 판매자도 “영상 200GB에 2만원, 500GB에 4만원이고 ‘n번방’·‘박사방’ 자료는 각각 4만원에 판다”며 “가지고 있는 영상을 다 구매하면 할인도 해준다”고 했다. 이들이 제시한 영상물 대다수는 미성년자가 등장하거나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된 불법 촬영물이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조주빈이 구속된 뒤에도 성 착취물이 끊임없이 유통돼 2차 가해가 생기는 상황에 대해 “이를 막을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놀랍지도 않다. ‘n번방’을 운영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은 성착취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 재미나, 돈 버는 것의 수단으로 생각할 뿐이다”며 “2·3차 피해자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책임은 국가에 있다. 새롭게 생기는 피해를 막을 방법을 국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n번방’에서 동영상을 만들거나 유통시킨 사람들은 속속검거 되고 있다. ‘와치맨으로 불린 ‘n번방’ 2대 운영자 전모(38) 씨가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데 이어, 조주빈도 이달 19일 구속돼 25일 검찰에 송치됐다. 핵심 인물 뿐 아니라 ‘n번방’에서 내려받은 동영상을 유포해 수천만원을 챙긴 사람도 붙잡혔다. 지난 23일에는 ‘n번방’에서 내려받은 아동 성 착취 영상물을 유포해 3300여 만원을 챙긴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A(34) 씨를 구속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인 ‘n번방’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자 97명을 검거했다. 영상물 제작자 4명, 유포자 8명이며 구매자가 85명이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설치하고, ‘n번방’ 관련 피의자들 추적에 들어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특수본 현판식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 끝까지 추적·검거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지방경찰청들도 기존 수사 전담팀인 사이버수사대에 지능범죄수사대, 광역수사대, 여성청소년수사팀 등을 추가로 투입해 수사팀을 확대하기로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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