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IT과학칼럼] 혁신적이어야 스타트업인가
뉴스종합| 2020-03-26 11:32

우리 정부가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라며 자랑하는 규제샌드박스 말이다. 소위 규제샌드박스 5법(행정규제기본법,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법, 규제자유특구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모두 신기술이나 신서비스에 혁신성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규제기본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규제를 정비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 신기술 서비스나 제품이 ‘혁신성을 갖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산업융합촉진법은 지원대상인 산업융합을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활동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산업융합 신제품이나 서비스가 혁신성을 갖고 있을 때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부여한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법 역시 지원 대상인 정보통신융합은 ‘새로운 사회적, 시장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신기술이나 신서비스가 혁신성을 갖고 있을 때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부여한다.

규제자유특구법도 신기술이란 ‘지역의 혁신성장 촉진에 기여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혁신적인 기술이어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려면 기존의 금융서비스와 비교할 때 충분히 혁신적인지 여부를 심사하여야 한다. 도대체 혁신이란 무엇이기에 혁신적이지 않으면 기존 규제를 넘는 시도도 해 볼 수 없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우리는 혁신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현재 시가총액 30조원으로 성장한 네이버나 시가총액 15조원으로 성장한 카카오 마저도 처음에는 단순한 검색엔진에 불과했다. 창업초기에 그들은 20년 후의 현재 혁신의 주역이 될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었을까.

이제는 인터넷 전문은행 허가를 얻은 토스 역시 창업초기에는 간편이체서비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지만 소비자들의 숨겨진 불편함을 해결 해 준 결과 점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벤처캐피터들의 모험투자에 힘입어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큰 회사로 성장해 우리나라의 간판 플랫폼기업이 된 것이다.

현재 시가총액 958조원인 구글도 갓 창업했을 때에는 하얀 웹화면에 검색창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낯선 검색엔진에 불과했다. 이렇게 시작은 미미하나 이내 세상을 바꿀 서비스와 기술로 새로운 일자리와 세상의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법제도에 대한 자유로운 도전을 허용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위원이 모여 앉아 스타트업들의 사업모델이 혁신적인지 따져 묻는 모양새는 대학신입생에게 노벨상을 받을 능력이 있는지 감별해서 대학입학허가를 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 갓 태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겠다고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세상을 바꿀 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우월해야만’ 기업 취급을 해 주는 국가가 되었는가. 우리 헌법 전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을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법에서 혁신성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완장을 차고 기업을 감별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는 우선 허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규제개혁 원칙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우선 허용 원칙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