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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역시 지구 화학적 힘들의 부산물”…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라이프| 2020-03-27 08:30

“과학은 사랑처럼 그런 초월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우리가 하나 되어 온전하게 살아가는 벅찬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우주에서 우리의 진정한 처지, 생명의 기원,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 여정은 영적인 탐구다.”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종교나 예술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이 시적인 글의 주인공은 앤 드루얀이다. 칼 세이건의 부인이자 미 항공우주국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 기획 등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한 그가 세이건의 ‘코스모스’ 공식 후속작인 ‘코스모스:가능한 세계들'(사이언스 북스)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내놨다.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열정과 호기심, 깊은 통찰이 담긴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정신을 잇고 있다.

2020년은 우주에 대한 대중의 눈을 틔워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과학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출간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이건의 작업에 공동으로 참여했던 앤 드루얀의 이번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모두 18장으로 구성됐으며, 첫 책처럼 동명의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을 이해하고자 끝없는 여행에 나선 과학자들, 화려한 과학적 성취 뿐만 아니라 전작에서 다루지 못한 그 이면의 잊혀진 영웅들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가령 아폴로 계획이 세워지기 50여년 전, 달 탐사 상세계획을 만들어낸 유리 콘드라튜크, 벌들의 언어 체계를 분석해 지적 생명체와의 첫 만남을 준비한 카를 폰 프리슈, 80만 명이 굶어 죽어가는 포위된 도시에서 식물의 씨앗을 미래의 생물 다양성 자원으로 지켜낸 니콜라이 바빌로프,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해 고민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낸 과학자와 변방의 수많은 과학도들의 끊임없이 이어지고 합쳐지는 연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장 ‘사라진 생명의 도시’의 장에선 생명의 역사를 우주와 별, 그리고 광물로 이뤄진 행성의 역동적인 관계로 이해하게 해준 지구화학과 우주화학의 창시자 빅토르 모리츠 골트슈미트의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액체로 된 바다를 갖고 있어 생명 탄생의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의 탐사계획 등을 소개한다.

드루얀의 우주와 생명에 대한 탐색은 종국엔 인간의 문제로 돌아오는데, 저자는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지만 인간 역시 지구 화학적 힘들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을 얘기한다.

특히 마지막 장 ‘가능한 세계’에선 인류의 미래, 과학의 의미에 대해 묻는데, 칼 세이건과 함께 추구했던 코스모스의 정신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서서히 자연의 책을 읽는 법을,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법을, 나무를 보살피는 법을 익혔다. 우리가 코스모스라는 망망대해에서 언제,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수단이, 별로 돌아가는 길이 되었다.”(본문에서)

드루얀의 설명은 우아하고 장엄한 서사시처럼 울림이 깊어 한 줄 한 줄 음미하게 된다. 한국 독자들을 위해 쓴 글에선 40억 년 지구의 생명의 사슬에서 지금 우리는 가장 결정적인 고리로, 우리가 후대를 위한 가장 강한 고리가 되어야 한다며,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코스모스:가능한 세계들/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사이언스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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