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빙과시장 지각변동…빙그레 vs 롯데 양강구도 재편
뉴스종합| 2020-04-01 09:55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50년 역사의 해태 부라보콘 주인이 바뀐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다. 이로써 해태를 포함해 기존 빅4(롯데제과·빙그레·롯데푸드·해태아이스크림)가 이끌었던 국내 빙과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게 됐다.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해태제과식품의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전량을 14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최종 인수 시기는 세부 사항이 조율되는대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식품이 지난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부라보콘·누가바·바밤바·쌍쌍바 등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800억원 수준이다.

빙그레 본사 전경 [제공=빙그레]

빙그레는 해태가 친숙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만큼, 이를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빙그레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 29.0%, 빙그레 27.0%, 롯데푸드 15.8%, 해태아이스크림 15.3%(닐슨코리아 제공)로 나타났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 점유율을 42% 대로 늘리면서 시장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롯데 식품 계열사를 한데 묶어 보면 점유율 44~45% 대로, 빙과시장이 롯데와 빙그레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빙그레는 수년 전부터 적극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독자적 성장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업력과 회사 규모 등에서 해태제과 빙과부문을 가장 적당한 대상으로 보고 인수를 타진해왔다. 빙그레는 이미 지난 2005년 해태제과 빙과부문 인수를 시도한 바 있으며, 2008년에는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면서 해태 빙과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회사 내부에서 외형 확장, M&A 등에 대한 요구가 있어왔고,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대상을 해태로 보고 있었다”며 “다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불발됐다가 이번에 성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빙과시장도 제과시장 등과 마찬가지로 장수 브랜드 파워가 절대적인 만큼, 다수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 빙그레의 시장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빙과시장 성장 정체에 따른 위험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주 타깃층인 어린이 인구는 지속 감소하고 있고, 커피 프랜차이즈 등 경쟁업체는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1조6322억원으로, 2015년 2조184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업계는 해태제과 역시 적기에 비교적 만족스럽게 매각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해태제과는 2016년 ‘허니버터칩’이 큰 흥행 이후, 이렇다 할 인기상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실적부진으로 고전해왔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 196%까지 치솟았다. 그간 아이스크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유치, 전략적 제휴,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실적개선 과제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결국 경영권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해태제과는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부채 상환과 과자공장 신규 설비 투자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과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해 시장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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