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크고 대담하게, 이번엔 인프라”…4단계 부양카드 꺼낸 트럼프
뉴스종합| 2020-04-01 11: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다고 해도 미국 내 사망자는 최대 24만명에 달할 걸로 추정한 그래프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관련, “향후 2주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터널의 끝에는 빛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조달러(약 2450조원)에 달하는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할 뜻을 밝혔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확충, 국민 1인당 1200달러의 현금지급 등을 골자로 한 1~3단계 부양책에 이은 4단계 패키지 정책을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도 인프라 투자엔 긍정적이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여건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0)인데, 이제 수십 년간 기다려온 인프라 법안을 처리할 때”라며 “매우 크고 담대해야 한다. 2조달러, 그리고 온전히 일자리와 우리나라의 위대한 인프라를 재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4단계”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4단계’와 관련, 의회가 코로나19 경제 충격 최소화를 위해 통과시킨 3가지 법안을 염두에 두고 언급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내용의 트윗글을 올리기 전, 존 버라소 상원의원(와이오밍)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도로·교량·터널·항만 등의 개량을 포함한 2조달러 패키지의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버라소 의원은 공화당내 3인자이자 환경·공공사업위원회(환공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환공위는 지난해 2870억달러를 향후 5년간 고속도로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민들이 생업으로 돌아가 미국을 다시 세우는 데 맞춰져 있는 걸로 보인다. 코로나19로 하강국면에 진입한 경제를 인프라 건설로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 대선 때 1조달러의 인프라 사업으로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백악관 측이 6000억달러에 달하는 각 산업계의 지원요구를 파악·축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담보대출 시장·여행업계에 대한 금융지원 뿐만 아니라 주(州)정부 지원도 포함돼 있다. 30개가 넘는 경제단체가 회복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백악관·의회에 서한을 보내는 등 4단계 패키지의 필요성은 급증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프라 패키지에 적극적이다. 이 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4단계 예산법안을 이미 검토 중이며, 대형 인프라 예산을 포함할 거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공 상수도 시스템 개선, 병원 수용량 증대, 원격진로에 필요한 통신망 업그레이드 등을 요구하고 있다.

4단계 패키지가 현실화하기까진 몇 가지 장애물도 있다. 우선 공화당 지도부가 신중한 입장이다. 3단계 법안이 통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나와 “우리는 며칠, 몇 주를 기다리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나는 민주당이 코로나19와 상관없는 항목을 달성할 기회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강도 이동제한·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시행되는 와중에 사람간 밀접접촉이 불가피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늘리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부담이다.

4단계 패키지가 시행되면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해 4조3000억달러(약 5250조원) 가량을 시장에 쏟아붓게 된다. 1단계(83억달러), 2단계(1000억달러), 3단계(2조2000억달러) 부양책의 규모를 모두 합친 액수로, 우리나라 올해 예산(513조원)의 10배가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단계 부양책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 시작 시점을 이달 하순께로 점쳤다. 상·하원이 오는 20일까지 휴회에 들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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