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뉴욕시민 40%, 4월 집세도 못낼 것”
뉴스종합| 2020-04-01 11:24
마스크를 쓴 한 행인이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걷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률 증가로 뉴욕시 임차인 중 40%가 4월 임차료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위해 주(州) 정부들이 내린 이동제한 조치로 실업률 증가와 가계 수입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경제활동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이 임차료를 내지 못하면서 임대인들까지 파산하게 되는 이른바 부동산 시장의 ‘도미노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장 높은 지역은 현재 미국 내 최대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는 뉴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장 4월 임차료 지급일인 이달 1일에 시내 540만명의 임차인 중 40%가 비용을 지불하지 못할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가 그 배경으로, 실제 지난주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신청이 한주 새 28만건에서 328만건으로 폭증했다.

NYT는 “경제활동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경제가 받을 충격은 4월 임대료 지급일에 더 분명해질 것”이라면서 “수백만의 뉴욕 시민들 중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은 상황에서 지금 월세 걱정까지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임차료 미지급 현상이 발생한다면 적은 마진으로 임대사업을 유지해 온 임대인들 역시 파산 위기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임대안정협회 조셉 스트라스버그 회장은 “현재 경제위기는 뉴욕의 부동산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서 “4월 임대료 수익의 급감은 많은 임대인들에게 자신들의 재산에 대한 상하수도 요금을 지불할 능력마저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충격은 실업률 증가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5월에 더욱 심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웹사이트 프로퍼티 네스트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39%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으면 집세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일부 임차인들은 납부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임차료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고, ‘임대료 파업 2020’이란 단체는 이를 전국적 운동으로 조직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 위기가 현실화하자 주 정부들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임차인이 집세를 내지 못하더라도 당장 쫓겨나지 않도록 90일 간의 퇴거 유예 명령을 내렸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다른 몇몇 주도 60일 간의 퇴거 유예 기간을 보장키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인들을 보호할 만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NYT는 “쿠오모 지사가 은행들에게 3개월 간 임대인들에 대한 주택담보 대출금 상환을 면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주지사에게는 그것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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