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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수요 위축…불황형 초저물가 우려
뉴스종합| 2020-04-02 11:24

‘코로나19’ 쇼크로 수출·투자·소비 등 대내외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위축되면서 물가 하락압력이 높아지는 불황형 초저물가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수요 위축으로 물가 하락압력이 높아지면 기업들의 생산·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수익 악화와 실업자 증가 등 부작용을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물가 하락압력을 높이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물가가 올 1월 이후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지만, 상승폭이 둔화되는 가운데 전월대비로는 0.2% 하락해 물가 상승압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가 부문별로 엇갈린 영향을 미쳤지만, 전반적으로 수요 위축으로 물가 상승세가 제약되는 모습이었다.

실제 수요 위축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78.4로 전월대비 18.5포인트 급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1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낙폭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폭이다. 코로나19가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 등으로 급격히 확산하며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진입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심리 위축은 실제 국내 실물경제 지표에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 2월 항공운송업 생산지수가 1년 전보다 34.0% 감소한 것을 비롯해 숙박업(-28.3%), 음식점업(-12.0%) 등이 줄줄이 큰폭 감소했다. 3월에는 코로나19 쇼크가 확대돼 타격이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수요 역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공장의 셧다운(가동중단)이 잇따르고 ‘글로벌 가치사슬(GVC)’도 크게 훼손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올 1월에 4.4% 증가했지만, 2월에는 -11.9%, 3월에는 -6.4%의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다. 우리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수출이 위축되면서 생산·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러한 수요 위축이 소비자물가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줄어든 외식물가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수요가 증가한 가공식품이나 축산물 등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계절적·일시적 요인을 제거해 경제 내부의 물가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0% 중반대의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1% 하락했고, 전년동월대비로는 0.7% 올랐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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