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일자리가 무너지고 있다
뉴스종합| 2020-04-03 11:29
3월 한 달간 미국의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1000만건에 달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 세계적 실업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노동부 사무소를 나서고 있는 사람의 모습. [AP]

“말도 안 되고 끔찍하다. 충격적이다.”(워싱턴포스트)

전 세계 고용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글로벌 생산망이 붕괴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이동 제한 조치가 확산되면서 산업계가 받은 충격이 고용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의 실업대란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고용시장 충격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국 고용시장의 ‘추락’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고용시장의 충격이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거셀 수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넷째 주(22~28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65만건을 기록했다. 그 전주인 지난 3월 셋째 주(15~21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30만건에 달했다. 지난달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2주 사이에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창출된 신규 일자리(2480만개)의 절반이 증발한 것이다. 10년 공들인 탑이 일순간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용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맞서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이 본격화했던 지난 2월에도 미국의 실업률은 3.5%에 불과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국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안전지대’로 여겨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중보건 위기 통제 능력’을 자신했다. 그동안에도 다수의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대란을 경고해왔다.

고용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강력하고 빠르게 현실화했다. 시장은 ‘10%대 실업률’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서 실업률 폭증으로 인한 미국 경제 침체는 예고된 수순으로 보인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맥킨 선임 글로벌이코노미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실업대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실업률은 12%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2분기 미국의 실업률이 15%로 치솟고, 국내총생산(GDP)도 같은 기간 34%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밖의 상황도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기 전 4% 수준이었던 실업률이 24.9%까지 폭증했다. 영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달 16일 이후 보름 동안 100만건에 달했다. 스페인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전국적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1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프랑스에서는 민간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20%가 대규모 실업사태를 피하기 위한 정부 구제제도에 의존하고 있다.

관심사는 각국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부양책이 추가적인 고용시장 충격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유럽위원회는 2일 일자리 지원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회원국들에 대출을 해주는 새로운 1000억유로(113조3380억원) 규모의 구제안을 제안했다.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달러(2700조원) 규모의 긴급 구호자금도 조만간 투입된다.

WP는 “2조2000억달러의 자금이 조만간 도착하면 그것은 수백만의 실직자와 실업보험 혜택을 강화하는 것에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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