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포르노는 가짜, 몰카는 진짜”…아이들은 어떻게 악마가 됐나
뉴스종합| 2020-04-08 11:23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수업시간에 성기사진을 그려서 학교측에서 연락이 왔다. 추적을 해보니 다섯살 때 부모가 스마트폰 쥐어줬는데 우연히 음란물을 접한 케이스다.”(지역 청소년 성상담센터) “초등학생 아이가 불법촬영물은 ‘리얼’이라 좋고, 상업용 포르노는 ‘가짜’라서 싫다고 하더라.”(이현숙 탁틴내일 대표)

복수의 지역 청소년 성상담센터에서 밝힌 아동들의 성의식 실태다. 성착취 동영상 유포방인 ‘n번방’ 가해자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드러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가학적이고 왜곡된 음란물에 아이들이 노출되면서 여성을 대상으로한 성범죄에 무감해졌다는 설명이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n번방 사태로 검거된 140명의 피의자 중 25명이 10대로, 핵심피의자인 ‘태평양원정대 ’운영자 이모(16) 군, n번방 2대 운영자인 ‘와치맨’ 전모 씨에게서 대화방을 이어받은 ‘커비’ 조모(18) 군, 로리대장태범 배모(19) 군 등이 모두 고등학생이다. n번방 회원들의 망명처로 알려진 디스코드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해 검거된 10명 중 8명도 미성년자다. 이중에는 범행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12세 중학생도 포함됐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음란물을 접하고 있다. 오세향 부천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포르노를 접하면서 이를 놀이로 인식한다”며 “성장 후 이성과의 관계서도 영상에서 본 강박적 성관계를 그대로 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왜곡된 여성상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지는 것도 문제다. 특히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게임속 여성 캐릭터는 ‘잘록한 어리, 풍만한 가슴’을 가진 경우가 많다. 오세향 대표는 “아이들이 하는 게임에도 원인이 있다. 게임 속 이미지 자체가 반(反)성평등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벗은 여성 캐릭터들에 학습된다”고 했다.

불법촬영물에 자주 노출되면서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조차 옅어지고 있다. 심기본 전주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나가서 여자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 이를 적발하고 센터에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상담을 해보면 ‘그냥 재미로 했다’고 답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왜곡된 성의식을 갖지 않으려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학과 교육으로 사실상 무시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성교육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1년에 1시간이 정해져 있어도 중고등학교 가면 이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성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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