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시종 실망스러웠던 총선전…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뉴스종합| 2020-04-14 11:37

15일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연기론까지 제기됐지만 차질없이 선거를 치르게 된 건 그나마 큰 다행이다. 역대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었으랴만, 이번 총선은 특히 그 의미가 각별하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지금 대한민국은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국가적 난관을 뚫고 국민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선량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유권자가 투표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자명하다.

이처럼 증요한 선거인데도 이번 총선의 선거전은 전 과정이 그야말로 실망의 연속이었다. 세계 선거사나 정당사에서도 찾을 수 없는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의 출현은 정치 혐오를 넘어 환멸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꼼수 정치의 결정판이었다.

더 아쉽고 실망스러운 것은 공약과 정책이 실종된 선거였다는 점이다. 선거전 내내 미래 비전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치열한 토론과 설전을 벌였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들리는 건 ‘조국이냐, 윤석열이냐’, ‘야당심판이냐, 정권심판이냐’ 등 온통 편가르기 구호뿐이다. 직장을 잃은 서민이 길거리에 넘쳐나고, 영세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마저 고사 직전에 몰렸다며 아우성이다. 적어도 원내 1당을 차지하겠다고 나선 정당이라면 국난극복과 미래전략 방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실망의 선거전은 막판 막말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더 얼룩지고 말았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 설화는 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설화와 품위없는 저질 막말은 다르다. 상대당을 ‘쓰레기 정당’이라거나 ‘조폭 집단’이라고 폄하는 건 예사다. 아예 대놓고 욕설을 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일부 후보는 집단 성행위를 암시하는 저급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일선에서 뛰는 후보들만 아니라는 당 지도부급 인사들까지 막말 대열에 가세하는 판이니 참담한 심정이다.

정치가 혐오스럽다고 투표를 외면하는 것은 유권자로서 직무유기다. 정치혐오를 더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선거판에서 편법과 꼼수, 막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응징하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사상 최악의 선거전이라지만 그럴수록 더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사전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그런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적어도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그것도 어렵다면 최악의 후보라도 배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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