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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다녀왔습니다’ 소소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주는 공감력
엔터테인먼트| 2020-04-14 15:00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극본 양희승, 연출 이재상)가 시청률 29.6%(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어렵고 힘든 세상에 잠시나마 즐겁고 유쾌한 우리네 얘기다. ‘이혼’이라는 소재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는 양희승 작가와 부모와 자식간 이혼에 대한 간극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이재상 감독의 합이 좋다. 여기에 빠른 전개까지 더해져 더욱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초반부터 네 남매가 이혼과 파혼을 하는 파격적인 설정은 물론 답답함을 느낄 지점에서는 똑 부러지게 자신의 할 말을 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기고 있다. 특히 술을 강요하는 회식 문화에 질색하던 의사 송나희(이민정 분)는 폭탄주를 강요하는 선배를 술로 제압한 후 “내로남불, 술로 애들 좀 그만 괴롭혀라!”라고 외치며 직장인들에게 속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했다.

캐릭터 맛집으로 통하는 만큼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인물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는 단연 시청자들의 입덕을 유발하는 매력 포인트다. 짠돌이 아빠 송영달(천호진 분)과 억척 엄마 장옥분(차화연 분)을 비롯홰 긍정적인 불혹의 스턴트맨 송준선(오대환 분), 사랑스러운 철부지 경단녀 송가희(오윤아 분), 현실적이고 똑 부러지는 송나희, 편입을 결심한 송다희(이초희 분)까지 저마다의 스토리를 그려내 극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것.

천호진과 차화연은 자식들의 연이은 이혼에 상심한 부모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민정과 이상엽은 허울뿐인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부부의 단면을 보여주며 공감을 자아내고 있고, 오대환, 오윤아, 이초희 역시 저마다의 사연과 고민을 하고 있는 캐릭터로 극을 보다 풍성하게 채우며 남다른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을 잃은 후 아들에게 집착적인 면을 보이는 최윤정(김보연 분)과, 똑바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면서 캐릭터로서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초연(이정은 분), 철없는 골드미스 장옥자(백지원 분) 등 캐릭터들이 극의 곳곳에 포진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관계를 형성시키는 배우들의 열연도 한몫한다. 천호진, 차화연, 김보연, 이정은, 이민정, 이상엽, 오대환, 오윤아, 이초희 등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특급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오감만족 드라마를 완성하고 있다.

양희승 작가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많은 자료 조사를 했다. 이혼의 사유에 대한 리서치를 보고 케이스별로 세 남매에게 설정했다. 막내 송다희에게는 20대가 겪는 취업 문제, 스펙 문제에 대한 고민과 도전이라는 과제를 주었다”고 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또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모두 애정으로 만든 캐릭터다. 하지만 굳이 꼽자면 송영달네 4남매에 애정이 간다”고 전했다 “색깔은 다르지만 모두 선한 영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라며 남다른 사랑을 드러냈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초연에 대해서는 “‘거칠게’ 살고 있지만 ‘똑바로’ 살아가려는 소신을 지닌 인물”이라며 주리(김소라 분), 가연(송다은 분)을 통해 “가족의 의미가 붕괴돼 가는 현대사회에서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제시해 보고 싶었다”고 해 이들이 그려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기다려지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재상 감독은 “이혼이 매우 대중화한 현시점에도 이혼을 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결혼한 지금 시대의 부부들은 서로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 이혼을 고려하게 된다”며 “이렇듯 서로 다른 세대간 이혼의 시각차를 보여주려 한다. 또한 결혼을 선택하는 그 순간보다 연속적인 결혼생활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작품에 녹여낼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드라마는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많은 캐릭터가 다양하게 선보여 남녀노소, 세대구분 없이 모두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끼게끔 하고자 한다”며 “큰 이야기나 극적 반전을 꿈꾸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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