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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위기에 회자되는 영안모자…초대회장부터 이어진 ‘60년 인연’
헤럴드 경제 미분류| 2020-04-17 11:41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두산그룹과 돈독한 연을 이어오고 있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초대회장부터 이어졌던 인연인 만큼 백 회장이 현재의 두산그룹 위기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두 회사의 인연은 영안모자의 창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은 모자장사로 청계천에서 노점으로 시작한 백성학 회장의 단골 손님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백 회장의 모자기술을 높게 평가한 박 회장은 영안모자의 해외 수출의 은인과 다름 없었다. 이에 박 회장은 두산에서 영안모자의 수출을 대행하는 데 초기 자금까지 대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공적인 해외 시장 개척으로 영안모자는 현재 캐나다, 미국, 멕시코, 중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에서 모두 12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회사로 탈바꿈했다. 백 회장은 그래서 공개 석상이나 사석에서도 “사업 초기 두산그룹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두산그룹과는 친척보다 왕래가 많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는 말들도 나온다. 백 회장은 과거 2000년대 초반 두산의 경영권 분쟁 당시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고도 한다. 묘하게도 양사는 소비재에서 제조·중공업 사업으로 사업을 전환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여 왔다. 영안모자의 모태는 모자사업이지만, 이후 대우버스와 100년 역사를 가진 미국 지게차 업체 클라크를 2003년 인수했다. 현재 영안모자 계열사 전체에서 모자 사업 매출 비율은 16% 정도이고, 나머지는 상용차·지게차가 차지한다.

두산그룹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OB맥주, KFC, 버거킹 등으로 대표되는 맥주·식음료·생활문화사업 등 소비재 위주 기업이었지만 이후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을 인수하며 산업시설·건설기계·에너지·생산설비까지 아우르는 중공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영안모자와 두산그룹의 인연은 현재 중공업 비즈니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던 대우종합기계와 대우버스를 양사가 잇따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의 연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대우중공업에서 분사됐던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현재의 굴착기 시장 절대강자인 두산인프라코어로 탈바꿈시켰다.

영안모자는 대우자동차에서 대우버스로 분사된 부산 대우버스공장을 인수해 현재의 자일대우상용차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일대우상용차의 버스에 엔진을 납품하고 있다.

이같은 오랜 남다른 연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백 회장이 두산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이나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도 내놓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영안모자 관계자는 “다만 양사 오너가 사이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돈독했던 것은 사실” 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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