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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샌님’ 규제에…보험사 ‘배보다 큰 배꼽’
뉴스종합| 2020-04-24 11:15

국내 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생명보험은 2018년 1조5000억원이던 외환·파생상품손실과 이익 규모가 지난해 2조2000억원대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해외투자 관련 위험회피를 위한 거래에서 발생했다. 파생상품 손익도 288억원 흑자에서 125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증권에 투자한 보험사들이 환헤지 비용 증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투자를 늘렸지만 수익률을 반감시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도 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엄청난 헤지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대비해 보험사가 파생상품을 통해 미래의 매입·매도 환율을 현재를 기준으로 고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영업비용에 반영돼 수익률로 이어진다. 헤지한 상품의 만기를 어떻게 설정했느냐도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만기를 길게 잡으면 안정성은 커지지만 환헤지 비용이 증가한다. 때문에 많은 보험사들은 만기를 짧게 잡고 롤오버(만기연장)을 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금리 인하와 환율변동폭이 커지면서 원화를 주고 달러를 빌리는 환헤지 과정에 부담해야 할 돈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1년 미만의 단기 환헤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사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이에 아예 환헤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내국인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정책연구 브리핑에서 “보험사에 대한 과도한 환헤지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환헤지가 이득(헤지 프리미엄 시기)이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스와프레이트가 역전되면서 헤지하지 않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규제로 인해 외화증권투자에 대해 100% 환헤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해 대만 생명보험사의 환헤지 비율은 75∼80%, 일본생보사는 60∼70%로 헤지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모두 수익률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의 해외투자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 환헤지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이다.

국내 생보험사는 재무 건전성 제도 변화에 대비하고 자산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최근 몇 년동안 해외투자를 확대해왔다. 생보사들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올해 1월 112조5698억원으로 지난해 1월 99조3616억보다 13.3% 증가했다.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일반계정의 30%로 제한된 가운데 한화생명(28.9%), 동양생명(23.7%), 교보생명(23.6%), 농협생명(21.6%) 등은 20%를 훌쩍 넘어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 한도를 완화하고, 전략적으로 외환 시장의 상황에 맞게 헤지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되면 보험사의 해외 진출 부담을 덜고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희라·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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