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상속으로] ‘코로나 고용위기’ 빅데이터로 극복하자
뉴스종합| 2020-04-28 11:37

‘코로나19’가 노동시장에 주는 충격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각 나라는 파격적인 고용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추경을 편성하며 대규모 고용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위기 시의 고용 정책은 그 규모는 과도할 정도로, 속도는 신속하게, 절차는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유념할 점은 정책 수혜 대상이다. 정책은 가장 어려운 사람을 찾아내 집중 지원 할 때 그 효과도 커지고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위기는 항상 취약한 고리를 먼저 파고든다. 경제위기 시 실업과 소득 감소는 항상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집중된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실직의 고통은 임시·일용직, 저소득층, 저학력, 청년, 고령자 및 중년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이들 계층이 1차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소외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우려한 대로 지난주 발표된 통계청의 3월 고용 동향도 자영자, 임시·일용직 등 노동시장 취약계층 중심으로 취업자가 크게 줄었다. 전체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지만 자영·임시·일용직은 무려 66만4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27만8000명, 교육서비스업에서 10만명이나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인구 특성별로는 청년과 여성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구직활동의 위축으로 실업자 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유독 중졸 이하 저학력 실업자만 5만4000명 증가해 증가율이 무려 37.6%에 달했다.

문제는 노동시장으로부터 소외된 취약계층들이 정부의 고용 정책으로부터도 2차적으로 소외된다는 것이다.

실직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고용보험제도는 지난 25년간 꾸준히 적용 범위를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영세 자영자,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은 제도권 밖에 있고, 상당수의 임시·일용직 노동자도 다양한 이유로 고용보험에서 누락되고 있다. 대규모 고용유지 지원금과 실업급여를 지출하고 있지만 가입 범위가 협소하고 까다로운 지급 요건 확인으로 3월 고용 동향에서 나타난 취약계층을 포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정부가 긴급하게 특고, 프리랜서, 무급휴직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 근로자에게 생활안정 긴급지원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소득 파악 등이 제도화돼 있지 못해 집행기관이 이들을 찾아내 지원하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우선은 국회에 계류 중인 특수 형태 근로종사자 고용보험 가입과 고용보험 미가입 실직자를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법안의 제개정이 시급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증가하는 플랫폼 노동 등은 근로의 시간, 장소, 임금과 사업소득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 전통적인 사용 종속관계를 전제로 하는 ‘근로자 개념’ 또는 ‘고용에 기반’을 둔 고용보험제도로 포용하기는 어렵다.

근로 형태에 관계 없이 ‘소득에 기반’을 둔 포용적 국민고용보험제도로 개편을 논의해야 할 이유다.

과거에는 소득 파악이 매우 어려운 과제였지만, 다행히 그동안 일용근로 내역 확인신고, 근로장려세제,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형성된 소득 파악 시스템과 빅데이터가 이제는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제도적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이들의 소득 감소를 맞춤형으로 보전해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고용보험 미가입자 대상 생활안정 긴급지원금을 간편 지급하고 일자리정보 플랫폼,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국세청 자료 등을 통해 사후 정산하는 관계부처 합동 빅데이터 시범 사업 등도 추진해볼 만하다.

위기를 정책 혁신의 기회로 삼아 빅데이터 기술로 정보화 시대의 소외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과감한 혁신적 포용 정책을 논의할 때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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