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일주일 뒤엔 등교 가능할까?”…찔끔찔금 ‘연기’에 곳곳 ‘혼란’
뉴스종합| 2020-05-12 10:25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학교들의 등교 재연기가 발표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고 3학년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교실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교육부가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등교 개학을 일주일씩 연기하기로 했지만, 석 달도 안 돼 다섯 번이나 이어진 연기 발표에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이태원 클럽’ 방문자 중 3000여 명이 연락 불통인데다 확진자의 34.8%는 무증상이어서, 일주일 뒤에는 등교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거세다. 교육부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학년별 등교수업 시작일을 일주일씩 뒤로 미룬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13일로 예정돼 있던 고3의 등교 수업은 20일로 연기됐다. 고2·중3·초1~2·유치원생 등교는 오는 27일로, 고1·중2·초3~4학년 등교는 6월 3일로 미뤄졌다. 중1과 초5~6학년은 오는 6월 8일에 마지막으로 등교한다.

이 같은 연기 발표에 당장 고3 학생들과 학부모, 학교 현장에서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가 수천명이나 확인도 안되고 있는데다 무증상자가 많은데, 일주일 갖고 되겠느냐. 학교에서 감염증 확산을 막을 자신이 있느냐”는 불신이 팽배했다. 교육부가 ‘황금연휴’ 이후 1주 만에 성급히 등교를 결정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대입을 앞둔 고3 학생들은 “등교가 일주일 연기돼도 학사일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교육부 발표에 불만을 표출했다.

고3 학생 권모 군은 “대책없이 계속 미루기만 하니, 고3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온라인 수업을 개선하고 대입 일정 수정안 마련 등 다양한 플랜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등학교에서는 1·2차 지필평가, 수행평가 일정들을 다 잡아놨는데 정상적인 학사일정이 운영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오는 14일 예정됐던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도 20일 등교 이후로 미뤄졌다.

한 고등학생은 “일주일 뒤에 개학한다고 해도 입시가 3개월이나 밀렸고 일정도 불확실한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라는 거냐”며 “코로나19가 올 가을에 더 심해질 거라는 말도 있는데, 차라리 가을 학기제를 추진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등교 개학이 임박할 때마다 1~2주씩 연기만 반복하는 교육부에 대한 따가운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최모 씨는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돌보느라 부담이 크지만, 무증상자가 많은데 학교에서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해도 감염병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등교는 선택으로 하던가 돌봄 교실을 늘리고 온라인수업을 해야지, 등교해서 코로나에 걸리면 누가 책임일거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도 “중국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하다가 사망한 중학생이 나왔다”며 “등교 일정을 수시로 연기하는 것 보다 온라인 수업 위주로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는 것이 차라리 덜 힘들 것 같다”고 푸념했다.

갑작스런 연기 발표에 학교 현장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는 “20일 등교를 앞두고 이번 주에 끝나는 온라인 학습 꾸러미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다시 등교가 미뤄지니 꾸러미를 급히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자꾸 일주일씩 등교가 미뤄지니 이것저것 준비하기가 더 벅차다”고 토로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갑작스런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느냐”며 “교육부는 등교 날짜만 서둘러 발표하지 말고, 온라인수업 내실화 방안과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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