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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골프 ‘남·녀·유·별’
엔터테인먼트| 2020-05-19 11:21
지난 주 열렸던 KLPGA 선수권대회 경기 모습. [KLPGA 제공]

지난 주는 세계 골프계가 한국 여자프로골프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대회가 중단됐고, 일반인의 골프장 이용도 상당히 많은 곳에서 제한하고 있는 시기에 한국에서 무려 150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인 KLPGA선수권대회가 14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에서 치러져 2년생 신예 박현경(한국토지신탁)이 강한 경쟁선수들을 누르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절대 확진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를 사수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당연히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선수와 관계자, 취재진 모두 철저한 방역을 거쳤으며, 모든 동선에서는 검역과 방역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일부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대회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선수와 캐디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겠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경기감각이 떨어졌던 선수들, 골프대회와 컨텐츠에 목말랐던 중계사와 해외국가 모두 이번 대회를 충분히 즐겼다.

이번 대회의 성공으로 KLPGA는 ‘코로나사태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달 말 E1채리티대회 역시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큰 비용을 지불하는 스폰서기업들이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한다는 전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KLPGA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남자 프로선수들의 상실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정상적인 시즌에도 대회 수가 여자투어의 절반을 조금 넘는 KPGA는 5월 중순을 넘어서는 지금까지 단 하나의 대회를 치르지 못한 것은 물론 언제쯤 첫 대회를 열 수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 현재까지 2개의 대회가 취소됐고, 2개는 연기됐으나 6월로 예정된 대회도 개최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게다가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한국오픈은 7월 개최예정이었지만 전격 취소한다는 발표를 내놨다.

큰 돈을 내놓으며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스폰서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지갑을 닫으려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안투어와 공동개최하는 한국오픈은 외국 선수들도 참가하고, 예선까지 치르다보면 코로나 감염통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고충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KLPGA선수권대회가 무사히 치러지는 와중에 발표를 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개최하는 방향으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스폰서들을 설득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협회 재정 일부와 회장사의 출연금을 보태는 등의 방법으로 작은 대회라도 개최할 수는 없었나.

여자골프보다 관심이 적고, 후원하려는 기업이 적어 협회의 재정도 넉넉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어지가간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 코로나까지 덮쳤으니 어쩔수 없다고 협회가 백기를 들어서야 투어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리 만무하다.

KLPGA와 여자프로선수들은 코로나가 두렵지않고, 흥행에 자신이 있어서 대회를 연 것은 아니다. 현재의 코로나 방역시스템 하에서 안전하게 대회가 치러질 수 있다면 열어보자는 공격적인 마인드에서 출발한 것이다. KPGA가 ‘그래도 만에 하나확진자가 나올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느냐’고 반박한다면 그 또한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도 투어와 선수들을 위한 대회를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 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1년의 절반이 지나가는 지금까지 개점휴업상태인 한국남자프로골프의 위기가 코로나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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