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헤럴드포럼] UAE 사막에서의 황금물결, 그 가능성을 보았다
뉴스종합| 2020-05-21 11:27

지난달 27일, ‘UAE에 한국의 농업기술로 벼를 재배해 수확하게 됐다’는 기사가 많은 매체에 보도됐다. 기대했던 것보다 우리 국민의 관심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 ‘UAE 사막에서 한국 벼 재배 사실’을 언론에 알릴 때만 해도 기대감이 증폭돼 곧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일까 봐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국내보다 많은 수확량으로 사막에서의 벼 재배 가능성을 입증했고, 아울러 물 절약 기술로 사막 흙먼지를 방지하고 경제성까지 확보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UAE 벼농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몇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에 놀랐다. 첫째, UAE에서 과연 벼 재배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 설령 재배에 성공해도 지속가능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송두리째 없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이달 10일, 농촌진흥청은 자체 개발한 건조지역용 벼 ‘아세미’ 품종을 UAE에서 첫 수확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것도 국내에서 재배했을 때보다 40% 정도 많은 양을 수확했다. 아울러 물 사용량을 최적화한다면 경제성이 담보돼 지속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둘째, 비싼 물값과 모래땅은 차치하고 UAE 토양의 수소이온지수(pH)가 9.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UAE 사막은 고온 건조하고, 대부분의 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척박했다. 벼 재배에 유리한 조건은 사막의 강한 일사량이 전부였다. 품종, 관개용수, 토양조건 등이 불리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벼 재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40여 년 전 품종 개발과 신속한 보급으로 쌀의 자급을 이룩했다. 하지만 사막에서의 벼 재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셋째, 우리 연구원들의 식지 않는 열정이다. 벼 전문가들은 온도, 일장 등 UAE의 기후조건을 검토하고, 건조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현지에서 물빠짐을 줄이기 위해 사막의 모래를 걷어내고 부직포를 깔아 논을 만드는 고된 작업을 기계의 도움 없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면서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장소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UAE 현지 재배환경과 벼 생육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원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해결했다. 건조하고 척박한 사막에 심어진 벼는 연구자들의 노력에 보답하듯 애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확량을 냈다.

이제 제대로 성공시키는 일만 남았다. 핵심은 물절약이다. 고랑재배와 포기별 담수재배, 토양수분 센싱기술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여기에는 농식품부, 과기부, 외교부 등 관련 기관들의 협조와 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농어촌공사의 토양 인프라 구축 협력이 긴요하다. 올해 8월,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경제성 확보를 위한 2차 시험에 착수하게 된다. 앞으로 수년 내 경제성 있는 벼 재배 기술체계를 개발해 UAE 사막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한국과 UAE 양국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넘어서 아프리카 저개발국의 가난과 빈곤 해결에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용범 농촌진흥청 차장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