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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29일만에 경찰조사’ 오거돈, 화물용 승강기 타는 등 ‘007작전’
뉴스종합| 2020-05-23 09:02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부하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경찰에 출석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 됐다. 지난달 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사퇴한지 29일 만이다. 오 전 시장의 이날 출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출석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는가 하면, 지하 주차장의 화물용 승강기를 통해 조사실로 이동하기도 하는 등 ‘007 작전’을 방불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지난 22일 오전 8시께 흰색 계통 차를 타고 부산지방경찰청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는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 여성청소년수사팀 조사실로 이동했다. 이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평소 잠겨 있지만, 경찰이 같은 날 오 전 시장을 위해 특별히 문을 열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탄 오 전 시장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수사실까지 직행했다.

오 전 시장의 출석은 철저히 비공개로 이뤄졌다. 오 전 시장 측이 조사에 앞서 경찰에 비공개 소환 원칙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 측은 경찰 출석 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하차 지점을 바꾸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시장 직에서 물러난 뒤 사퇴 시기 조율 등 여러 의혹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경남 모처 등에서 칩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3일 연 사퇴 기자회견에서 900자 분량 성추행 사과문을 읽은 뒤 질문도 없이 회견장을 빠져나가 잠적했다. 추행 사과문 역시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등의 표현이 담겨 범죄심리학자로부터 성인지 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업무 시간에 부하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오 전 시장 사퇴 나흘 만에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그동안 비서실을 포함한 시청 직원 등 관련자를 조사했다. 측근인 정무 라인 직원의 휴대전화 역시 압수해 분석해 왔다.

성추행 피해자는 최근 경찰과의 피해 진술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의 엄벌을 촉구한 상태다. 경찰은 오 전 시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조사한 뒤 신병 처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오 전 시장은 피의자 조사에서 성추행 혐의는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오전부터 조사를 받은 오 전 시장 측은 집무실에서 부하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 법리 적용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지난해 제기된 또 다른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고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부산지방경찰청 청사를 나온 오 전 시장은 취재진에게 “부산시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치고 특히 피해자분께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경찰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 있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사퇴 시점을 조율했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말했고,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죄송하다고 몇 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그는 추가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뒤 대기하던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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