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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지에 편의점만 7개…근접출점 갈등 여전
뉴스종합| 2020-05-28 09:33
경기 고양시 킨텍스 원시티 단지 안에 위치한 CU와 이마트24 매장 [CU 점주 임모 씨 제공]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경기 고양시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 임모(51) 씨는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작년 11월 신규 아파트 단지인 ‘킨텍스 원시티’ 입주 시기에 맞춰 편의점을 열었으나, 올해 4월 길 건너편에 경쟁사가 추가로 매장을 낸 것이다.

편의점 업계는 자율규약에 따라 경쟁사끼리 최소 50m의 거리를 두고 출점하고 있으나, 경쟁사가 임씨 매장 근처에 신규 매장을 낸 것은 엄연히 자율 규약을 어긴 것이라는 게 임 씨 주장이다. 임 씨는 “편의점 업계에서 정한 자율규약을 깨면서 무리하게 출점하는 것은 출혈경쟁으로 다 같이 죽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자율 협약에도 갈등 여전=GS25·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씨스페이스 등 편의점 업체 6곳은 편의점 간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을 지난 2018년 12월 체결했다. 이들 업체는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준용해 그만큼의 거리에서 벗어나 신규 출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담배 판매소 간 거리를 도시 50m, 농촌 100m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점 업계의 자구 노력에도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007년 1만개에 불과했던 전국 편의점 수는 2018년 4만개를 돌파하며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신규 출점이 필요한 일부 후발업체들은 점차 겹치지 않는 상권을 찾기 어려워지다 보니 무리하게 신규 출점을 강행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났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자율 협약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모습 [연합]

▶이마트24 자율 협약 위반 갑론을박=이마트24는 자율 협약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4월 킨텍스 원시티에 문을 연 이마트24 점포는 기존 CU 매장과의 거리가 49.45m로, 50m 이상인 지자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담배 소매권을 승인받지 못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런 경우 자율 협약을 따르기 위해 점포를 철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해당 점포는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CU는 편의점협회에 이마트24의 자율 규약 위반 여부를 따져달라며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마트24 점주측은 정면 반박했다. 관할 지자체인 고양시의 조례에 따라 사전에 거리를 측정했는데 50m가 넘어 점포를 출점했다는 것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간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사전 조사 내용과 달라 점주도 당황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 점주는 고양시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자율 협약 위반 여부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행정 소송 결과에 따라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의 모습 [연합]

▶편의점 옆 편의점…시장 포화에 점주들 고통=전문가들은 근접 출점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시장 포화에서 찾고 있다. 킨텍스 원시티 단지는 2208세대 규모다. 한 아파트 단지에 2~4곳의 편의점이 들어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에서는 총 7곳의 편의점이 경쟁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청은 지난해 킨텍스 원시티 입점 시기에 맞춰 담배소매인 선정 공고를 냈다. 편의점 점주들의 신청을 받고 1~2차에 걸쳐 GS25 2곳, CU 1곳, 세븐일레븐 1곳을 선정했다. CU 점주 윤 씨는 “총 4곳의 편의점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점포를 냈으나 추가로 3곳의 매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올해 초 이마트24 2곳을 담배 소매인으로 추가 지정했다. 여기에 담배권을 얻지 못한 이마트24 점포까지 총 3곳이 들어서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자율 협약 실효성 떨어져…대안 모색해야=편의점 근접 출점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다. 편의점 업계가 합심해 자율 규약을 마련했으나 강제성이 없고, 법적으로 제한하자니 시장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근접 출점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 업계가 매 순간 매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스스로로 출점을 자제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출혈경쟁으로 인해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도달해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 협약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경우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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